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20일 첫 회의를 열고 혁신위원 7명 인선을 발표했다. 야권에서 활동한 40~50대 교수와 변호사 등이 주축을 이뤘다. 비명계는 일부 위원들이 과거 이재명 대표를 공개 지지했던 인사들이라는 점을 들어 “역시나 친명 혁신위”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진상 조사를 혁신위 첫 번째 과제로 선정했다.

김은경(왼쪽에서 다섯째)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민주당을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혁신위원 7명의 인선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이해식·차지호·서복경 위원, 이재명 대표, 김 위원장, 김남희·이선호·윤형중 위원. /이덕훈 기자

민주당은 혁신위원에 김남희 변호사, 윤형중 LAB2050 대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진국 아주대 교수,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 등 외부 인사 5인, 초선의 이해식 의원과 이선호 울산광역시당위원장 등 내부 인사 2인을 선임했다. 이 중 윤형중 대표는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정책조정팀장을 맡았고, 이진국 교수도 대선 때 ‘애국지식인 대표 33인’ 명의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차지호 교수는 대선 때 이 대표의 후보 등록 대리인이었고 방송에서 찬조 연설도 했다. 김남희 변호사는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이었다. 이해식 의원은 공천 실무와 조직을 총괄하는 당 조직사무부총장이어서 당연직으로 포함됐지만 이재명 지도부의 핵심이고, 이선호 위원장은 유시민 전 장관과 가깝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나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며 “당연히 친명도 비명도 친문도 비문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주당을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국소 수술이 아니라 전면적 혁신을 하겠다”고 했다.

비명계에서는 민주당 위기 원인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강성 팬덤을 지목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혁신위 첫 과제로 돈 봉투 사건 진상 조사를 선정했다. 그는 “민주당은 돈 봉투 사건, 코인 투자 사건으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코인 논란은 개인 일탈로 보이고, 돈 봉투 사건은 조직의 문제인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그 문제를 우리가 관리할 이유는 없다. 혁신 과제와 무관한 분야”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조작됐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적으로 한 이야기였다”며 “혁신위원장으로서 말하자면 민주당에 정치적·법률적 책임이 있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했다. 당내에서 “검찰이 수사 중이고 관련자는 다 부인하는 사건을 혁신위가 어떻게 조사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검찰) 수사보다 우리가 더 잘할 가능성이 있는가 회의감이 있지만 재발하지 않도록 문제 발생 원인을 찾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제를 혁파해야 한다”면서 총선 공천 룰도 혁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혁신기구에서 논의되고 성안되는 안들에 대해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친명 혁신위라는 평가에 김 위원장은 “(위원들의 과거 활동이) 계파와 관련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친명인지 아닌지 앞으로 활동을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명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고 친위대나 다름없는 친명 혁신위를 띄운 것”이라며 “민주당 위기의 근본 원인은 당을 사법 리스크와 방탄, 개딸 문자폭탄에 밀어 넣은 이 대표인데, 혁신위가 당장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이날 “당내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고 혁신 동력을 저해하는 모든 시도와 언행에 대해 일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잘못된 걸 비판도 하지 말고 입 다물라는 소리로 들렸다.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발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