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 시각)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이낙연 전 대표의 독일 강연에 들고 온 현수막. 깨진 수박 그림 위에 '이재명 당 대표를 중심으로'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독자 제공

지난 12일(현지 시각) 오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한 강의실. 대학 측의 초청으로 마련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반도 평화’ 강연에 난데없이 깨진 수박 그림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현수막엔 두 동강 난 커다란 수박 그림 위로 ‘이재명 당대표를 중심으로’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비명(비이재명)계를 공격하는 데 주로 쓰인다.

이 현수막을 들고 강의실에 나타난 여성 대여섯 명은 “수박 짓을 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표를 괴롭히지 말라”고 소리쳤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해외 개딸’들이다. 이들은 강의실 뒤쪽에 앉아 이 전 대표의 강연을 지켜보며 질문도 던졌다. 한 여성은 청중이 있는 앞에서 이 전 대표에게 “왜 윤석열은 욕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강연 활동이 현 정부 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부 개딸들은 이 전 대표가 입국하는 오는 24일 인천공항에 가서 계란을 투척하자는 글을 올리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친명계 인사들은 최근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서 ‘수박 먹기 챌린지’를 하고 SNS에 올리고 있다. 지난 9일엔 친명계 현근택 변호사가 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중원)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수박을 먹었고, 지난 11일엔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 지역구(대전 유성을)에서 수박 주스를 먹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지난 17일 인천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선 이 대표 지지자들이 연단에 선 맹성규 의원을 향해 “수박은 내려와” “왜 이재명을 공격해”라고 소리쳐 연설을 방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맹 의원도 “왜 내려가!” “조용히 좀 하라고”라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