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직원들의 범죄·비위가 대선이 있던 지난해에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른 범죄는 음주운전이었는데, 선관위는 음주측정을 거부한 직원에게까지 최소한의 징계처분에 그쳤다. 여당에서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선관위 직원들은 잠재적 살인행위인 음주운전을 저질러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선관위 공무원 범죄·비위 현황은 모두 74건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15건, 2019년 11건, 2020년 8건, 2021년 13건, 2022년 27건이었다. 선거 관리가 직분인 헌법기관 직원들이 정작 대선이 있던 해에 종전보다 2~3배에 이르는 범죄·비위를 저지른 것이다.
지난해 적발된 선관위 직원들이 범죄·비위 중에서 음주운전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마저도 선관위는 처리기준 내에서 가장 가벼운 징계를 내리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충북선관위 7급 직원은 3차례에 걸쳐서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선관위 직원의 완강한 저항으로 경찰은 이 직원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하지 못했다.
선관위엔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거나 음주측정 불응의 경우 최대 해임까지 할 수 있다는 내부 징계규정이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음주측정 거부 직원에게는 기준 안에서 가장 가벼운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김 의원은 “이런 식으로 처분하면 자칫 선관위 직원들에게 ‘만취라면 음주측정 거부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6월 전남 선관위 7급 직원은 술에 취한 상태(혈중알코올 농도 0.126%)로 정차 중인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때의 충격으로 앞선 차량 탑승자는 뇌진탕 상해를 입었다. 선관위 자체 징계기준에서는 최대 강등까지 가능한 만취상태로 사람까지 다치게 한 경우지만 처분은 정직 2개월이었다.
중앙선관위 7급 직원에게는 음주운전에 범인도피방조 혐의까지 적용됐다. 이 선관위 직원이 같은 차량에 탑승한 동승자가 “내가 운전했다”고 경찰서에 허위 진술하도록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음주운전을 한 것은 선관위 직원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이 직원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지만, 죄질에 비추어 가벼운 징계라는 시각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음주운전자들에게 선관위는 ‘처리기준 내에서 최소한의 징계’로 일관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8월 음주운전으로 적발(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 )된 선관위 직원들이 감봉 1개월이라는 경징계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김용판 의원은 “자녀 특혜채용 이외에도 선관위 직원들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런 상황인데도 선관위는 어떻게 하면 비위를 감출 수 있을 지에만 골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