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임명된 국민의힘 송상헌(51) 신임 홍보본부장은 출근 3주가 지난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들어와서 보니 국민의힘이라는 간판만 달아놓았지 조직의 힘보다는 정작 의원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또 요즘 이념에 관심 있는 국민이 누가 있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메시지가 혼란스럽고, 지나치게 이념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광고팀장 출신의 송 본부장은 과거 통신사 KTF의 ‘쇼’, KT의 ‘올레’ 등을 연출한 20년 경력의 광고기획 전문가다. 내년 총선까지 국민의힘의 홍보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송 본부장은 “광고는 어떻게 보면 뻔뻔하게 제품의 단점은 숨기고 장점만을 직접적으로 부각하는 것”이라며 “정당 역시 국민을 상대로 스스로를 광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전략에서 너무 조심스럽고 뻔뻔하지 못하다. 너무 순진한 것 같다”고 했다.
송 본부장은 “원자력 발전만 해도 핵은 일부 국민에게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인데 이를 원전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보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강조할 수도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됐던 정부의 수능 정책 역시 ‘킬러 문항’이나 사교육에 중점을 두는 대신 같은 이야기지만 ‘공교육 정상화’ 이슈로 먼저 갔어도 듣는 입장에서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송 본부장은 “민주당이 일각에서 ‘선동’이라고 비판을 받는 점이 있다 할지라도 전체적인 메시지 전략 측면에서 국민의힘보다 나은 것 같다”며 “민주당은 하나로 똘똘 뭉쳐서 죽을 듯이 하는데 우리 당은 그런 점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송 본부장은 민주당의 전략적인 메시지의 사례로 지난 1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사용한 ‘압구정 정권’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한다”며 이를 ‘압구정 정권’이라고 불렀다. 송 본부장은 “그 말에는 이 대표 스스로가 ‘나는 범법자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제로 숨겨 놓은 것”이라며 “’나는 결백한데, 정권이 구속을 남발한다’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보다 세련된 방식 아닌가. 민주당은 이런 ‘히든(감춰진) 메시지’로 프레임 활용을 잘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생각이 부딪치고 결합되고 그 과정에서 좋은 방안이 나온다”며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국민의힘은 다양성 측면에서 당의 활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송 본부장은 “다들 안에서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이게 하나로 잘 안 꿰어지다보니 밖에서 보기에는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며 “당 지도부 역시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 어젠다와 이슈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기본 역할은 알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국민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근래 정치권의 홍보본부장은 선거를 앞두고 주로 광고 전문가들이 맡아왔다. 당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꿨던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은 ‘침대는 과학’이라는 침대 광고 문구를,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꾼 손혜원 민주당 홍보본부장은 ‘처음처럼’ 소주 이름을 작명했다. 모두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들이다. 광고기획 출신인 송 본부장은 “총선까지 ‘원칙, 포용, 실용’이라는 3대 키워드로 우선 당의 이미지 정립을 새로 하려고 한다”며 “요즘 이념에 관심 있는 국민이 누가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