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지난 23일 저녁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의원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한 총리는 제주산 돌돔, 태안산 광어, 강원도 멍게 등을 사서 회를 떠 소주를 곁들인 만찬을 했다. 한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원래대로라면 금요일 밤에는 발 디딜 틈이 없어야 한다’는 상인들 말씀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같은 시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서울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을 방문해 식사를 했다. 한 젓갈 상인은 이날 “젓갈류는 일본산이 거의 없는데, 소비자들이 시장에 오질 않아 굉장히 힘들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후쿠시마 괴담으로) 선동하니까 위축이 돼서 국민이 기분도 찝찝하고 안 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정말 많은 우리 수산업자,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괴담과 선동이 우리 사회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수산 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수산물 식사를 하고 있다. 수산물을 직접 먹어 안전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기현 대표가 지난 15일 취임 100일을 맞아 당 지도부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만찬을 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별로도 수산 시장과 횟집 등을 찾아 식사할 예정이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경우 현재 횟집 식사 인증을 하고 다음 의원을 지목하는 ‘횟집 가기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당정의 이런 ‘수산물 먹방’ 행보는 과학적 설명이라는 정공법만으로는 국민 설득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학적 설명에는 ‘삼중수소(방사성 물질)’ ‘배크럴(방사선이 방출되는 양)’과 같은 어려운 용어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핵 폐수’ ‘독극물’ 같은 직관적인 선동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나 기시다 총리가 꾸준히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먹으며 설득에 나섰듯이, 우리도 과학적 설명과 병행해 농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보이면 대국민 설득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괴담’도 ‘참외 먹방’으로 대응에 나선다.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26일 주한 미군 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을 찾아 ‘사드 참외’ ‘전자레인지 참외’라는 오해를 샀던 성주 참외를 먹으며 농민들과 간담회를 한다. 김 대표는 25일 “더 이상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진다거나 하는 허무맹랑한 괴담이 횡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야권은 “사드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한다” 등의 주장을 이어왔다. 최근 환경 영향 평가에서 사드 전자파는 인체 보호 기준의 53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믿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 코로나 백신 ‘공포’가 ‘과학’을 삼켜, 각국 지도자들이 ‘1호 접종’을 통해 자국 국민을 안심시킨 때가 있었다”며 “우리도 여당으로서 농어민이 괴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참외·수산물 먹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장관들도 후쿠시마·사드 괴담에 맞서 우리 농수산물 먹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