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6·25전쟁 73주년인 25일 “6·25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고 주장하는 책을 소개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2021년 발간된 ‘1950 미중전쟁’이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1950 미중전쟁’은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전쟁에 작용한 국제적인 힘이 바로 대한민국의 숙명 같은 지정학적 조건”이라고 했다. 이어 “이 지정학적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전략일 것”이라고 했다. 6·25가 발발한 본질적 원인을 북한의 적화 통일 야욕이 아닌 미·중 대치 구도와 지정학적 조건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6·25전쟁은 김일성이 한반도 적화 통일을 목표로 소련 스탈린과 중국 모택동을 부추겨 대한민국을 불법 침략하여 발생했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학계 일각에선 ‘미·중 대리전’ 프레임은 과거 북한의 침략 책임을 희석하려 운동권 진영 등이 주장하던 ‘미소 대리전’ 프레임의 아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학계 원로 교수는 “한반도에서 터진 전쟁을 ‘미·중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6·25전쟁 관련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13만8000명에 달하는 국군과 유엔군 전사자에 대한 추모·감사의 메시지는 내놓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6·25 기념사를 통해 북한과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어 양쪽 모두 잘못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북한은 지금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도 “윤석열 정부 또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처럼 북한의 남침은 언급하지 않고 “73년이 되었지만 끔찍한 동족상잔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만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수많은 무명용사께서 남겨준 뼈아픈 교훈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강한 국방력과 국익 중심의 전략적 자율 외교로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진정한 호국 보훈”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어떻게든 북한의 책임과 전쟁범죄를 한사코 감싸고 덮어주려는 친북적·종북적 사관(史觀)을 주장하는 허무맹랑한 자들이 한때 정권을 잡고 종속적이고 굴욕적인 대북 관계로 일관하며 ‘가짜 평화 쇼’에 올인했다”며 “북한과 소련이 6·25전쟁의 패륜적 도발자였던 사실은 명백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평화는 누구도 얕볼 수 없는 강고한 국력을 갖출 때만 가능하다”며 “경제적·군사적 자강 노력을 한순간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