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의원 등이 추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성찰과 모색)’이 26일 편의점주이자 작가로 유명한 곽대중(필명 봉달호)씨를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같은 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과학기술 정책 등에 중점을 둔 탈이념 신당인 ‘한국의 희망’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내년 4월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무당층 비율이 30%대인 상황에서 반(反)민주당·비(非)국민의힘 성향의 제3지대 신당 창당이 본격화한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성찰과 모색’은 금태섭 전 의원을 비롯해 현재의 노동·시민 단체의 모습에 실망한 인사들이 모였다. 현재의 민주당에 강한 반감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이들이다. 대변인인 편의점주 곽대중씨가 1호 영입 인사이며,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과 정호희 전 민노총 대변인도 신당에 합류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조국 흑서’의 저자 중 한 명인 김경률 회계사는 당장 신당에 참여하진 않지만 외곽에서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몸담았던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과 노동운동 출신의 작가 한지원씨도 신당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삼민투 위원장을 지낸 함운경씨 영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함씨는 “현재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성찰과 모색은 오는 29일 경기 양평에서 비공개 워크숍을 가지고 신당 방향, 당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곽대중 대변인은 “독일 자유민주당처럼, 현재의 국회처럼 거대 정당이 국회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의 희망’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임형규 전 SK그룹 부회장 등이 대표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신당 추진 세력들은 무당층이 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20~22일 조사 결과 무당층 비율은 29%로 국민의힘(35%), 민주당(31%) 지지율과 비슷하다(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당 추진 관계자는 “여야 모두 극단적 주장을 하면서 합리적 주장이 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들이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에 무당층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선에선 결국 사표 심리 때문에 양당 중 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은 “3지대 신당에 갈 현역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그들(금 전 의원, 양 의원)이 살아온 궤적과 정당을 선택해온 과정을 보면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여야의 비주류도 신당에는 회의적이다. 여당 비윤계인 이준석 전 대표 측은 “신당 참여는 생각 없다. 국민의힘의 변화와 혁신에 힘쓸 때”라고 했다. 민주당의 비명계도 “지금은 민주당을 개혁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총선을 앞두고 거대 정당과 연합하거나 통합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양측이 노선은 비슷하나 공고한 지지 세력이 없고 파급력도 약해, 결국엔 여야 어느 한쪽과 합당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성찰과 모색이나 한국의 희망 측은 끝까지 독자 노선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신당 측 관계자는 “거대 정당의 들러리를 설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