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는 방사성 오염수 바다에 투기 살 빼(痩せて)!”

통합진보당 세력이 주축이 된 진보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겠다며 3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이날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들고 나온 진보당의 방류 반대 피켓 문구는 치명적인 일본어 오역이 있었다. 투기 ‘말라’를 ‘살 빼’로 쓴 것이다. 정부여당에서는 ‘국제 망신이 따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가운데)이 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 의원이 들고 있는 피켓 마지막 부분의 '痩せて!'(빨간 선)는 '살 빼!'라는 뜻이다. '말라'라는 부분을 '살 빼'라는 뜻의 일본어로 잘못 옮긴 것이다. /뉴시스

이날 진보당 강성희 의원과 관계자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시다 총리는 방사성 오염수 바다에 투기 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문제는 이를 번역한 문구 “岸田首相は放射性汚染水の海に投棄痩せて!”였다. ‘痩せて’는 비만인 사람에게 ‘살 빼’ ‘살 빼줘’ 정도로 쓰이는 문구인데 ‘하지 마라’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 번역가는 “한국어 문구를 넣고 번역기를 돌리다가 잘못 번역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오역 외에도 나머지 조사 등도 매끄럽지 않다”고 했다.

진보당은 이날 본지에 “실무적인 제작 과정에서 착오가 있음을 확인하고, 수정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날 밤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진행한 시위에서는 기존 피켓 대신 ‘바다는 인류의 것,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3일 오후 일본 도쿄 기시다 총리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처리수 투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번역 논란이 벌어졌던 피켓 대신 다른 피켓을 들고 있다./진보당

강 의원과 진보당 강진희 울산북구의원 등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도쿄 원정단’은 이날부터 2박 3일간 일본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어민 2명도 이번 일정을 함께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의원은 “기시다 정권이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방사성 오염수 투기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브리핑이라 착각하게 하는 해명을 대한민국 정부가 매일 하고, 국민의힘은 회 먹방과 수족관 물 먹방으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제발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진보당의 뿌리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해 강제 해산한 통합진보당이다.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이 진보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등 진보당원 상당수가 통진당 출신이다. 진보당은 “통합진보당 후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