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강상면 종점)은 문재인 정부가 선정한 민간 업체가 두 달간 타당성 조사를 벌여 제시한 안(案)으로 10일 드러났다. 당시 복수의 민간 업체는 경제성과 환경성, 주민 수용성 등을 이유로 들어 기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안(양서면 종점)을 대안 노선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보고했다. 야당 주장처럼 윤석열 정부가 노선 변경을 지시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국회 국토위 간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며, 2021년 4월 예타를 통과한 원안을 비롯해 복수의 대안 노선 검토를 시작했다. 타당성 조사는 예타 이후 최적의 노선을 구체적으로 선정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국토부는 같은 달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 공고를 냈고, 그해 3월 설계 전문 업체인 동해기술공사, 경동엔지니어링에 공동 용역을 맡겼다. 두 업체는 약 두 달간 검토 끝에 작년 5월 19일 사업 타당성 등을 이유로 현재 논란이 되는 노선을 대안으로 국토부에 보고했다. 검토 기간 새 정부가 출범했고, 국토부 보고는 윤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 장관 취임 사흘 뒤 이뤄졌다. 국토부 측은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원 장관이 취임 사흘 만에 문 정부서 선정된 업체들에 압력을 행사해 노선을 변경했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했다. 업체들은 “정치적 고려 같은 것은 모른다. 우리는 기술자 시각으로 판단했다. 외압 같은 건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그간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인 작년 7월 김건희 여사 토지 쪽으로 종점이 변경된 대안 노선이 처음 등장했다고 주장해 왔다.
용역 업체들은 대안 노선으로의 ‘종점부 노선대 변경 검토’를 국토부에 요청하면서, 남한강을 두 번 건너는 원안의 문제점으로 ‘특별보호구역 통과 시 강화된 오염수 배출 규제 기준’ ‘방음 시설 등 조류 보호 대책 필요’ ‘지역 주민 민원 및 공사비 고가 계획’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한강을 한 번 건너는 대안 노선 검토 필요성으로 ‘상수원 특별보호구역 최소 통과 대안 노선’ ‘환경 훼손 최소화’ ‘접근성 향상을 위한 추가 나들목 설치’ 등을 제시했다.
이는 예타 통과 원안에 양평군 내 고속도로 진·출입이 가능한 나들목(IC)이 없자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와 지역위원장 등이 “강하IC를 강하면에 설치해 달라”고 주장한 지역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원안은 강하면을 통과하지 않는다. 민주당 요구대로 강하IC를 설치하려면 대안 노선으로 종점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민간 업체 용역 결과를 국토부는 검토해 왔다.
특히 대안 노선은 5~6년 전부터 이미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다. 2017년 1월 양평 지역 언론은 당시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되자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와 연결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현재 대안 노선과 비슷하다.
2018년에는 대우건설이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대안 노선과 유사하게 강하IC를 설치하고 강상면을 통해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분기점(JCT)을 연결하는 안을 검토했다. 당시 여주·양평의 정병국 전 의원은 “문제가 된 노선은 이미 2018년 건설사에서도 민자로 하겠다고 제안했던 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대안 노선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국책 사업의 차질만 일으킨 민주당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다. 민주당 진상규명TF 단장인 강득구 의원은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그간 군수가 여러 번 바뀌었어도 원안인 양서면 종점에 대한 입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