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을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국민의힘은 11일 “국내용 시위를 일본까지 가 하고 있다”며 “선동 정치의 해외 수출이냐”고 했다. 민주당 의원단이 일본에 갔지만 실제 오염수 방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인사들은 접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 8명과 무소속 윤미향, 양정숙 의원은 방일 이틀째인 이날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일본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사민당 의원들을 잇달아 만났다. 여당인 자민당 의원은 없었다. 입헌민주당은 일본 제1야당이지만 참의원과 중의원 의석 수는 전체의 15%(참의원), 20%(중의원) 정도다. 사민당은 참의원 248석 중 2석, 중의원 465석 중 1석을 갖고 있다. 윤미향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방류가) 핵 테러가 될 수도 있다”며 “한일 의원이 더 굳건히 연대해 일본 정부를 돌려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국회 제1당인 우리가 일본 가서 소수당만 간신히 만나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일본 방위상 출신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중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설명·반론해도 어쩔 수 없는 상대는 역시 정중하게 무시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10일)에는 한글로 “모두의 바다를 함께 지키자”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상태여서 “일본 아니고 한국 언론 보라고 시위한 것인가”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에 항의하러 출국하면서 일본항공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조한 티가 너무 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의 외교 참사”라며 “부끄러움은 온통 국민의 몫”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제기구 대표를 공개 모욕한 민주당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면담에 이어 또 한 건의 국제 망신”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대책위’ 명의의 논평을 통해 “선동정치 운운하는 국민의힘은 그 천박한 입 다물라”며 “대일 굴종외교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본에 있으면서 국내에서 나온 비판에 바로 반박에 나선 것만 봐도 ‘국내용 방일’임이 명백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