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은 국회의 의무” “주가 조작, 도로 조작 김건희 특검”.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주최로 열린 ‘윤석열 김건희 부부 땅 고속도로 게이트’ 관련 국회의원·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현장엔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해 “탄핵”과 “특검”을 외쳤다. 매주 서울 시내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단체 ‘촛불행진’ 집회장에 주로 나오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이어서 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주도한 뒤, 이번엔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까지 넘어온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 구본기·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 등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국고손실죄 등의 불법 비리의 과정”이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등에서 주축으로 활동해 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참여연대 사무총장 출신으로 미선·효순이 집회, 광우병 촛불 시위 등을 주도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역시 광우병 촛불 시위 당시 광우병국민대책위에서 역할을 맡아 활동했다.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썼고,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냈다. 구본기·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거의 1년째 매주 토요일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를 진행해 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도 이들은 “핵 오염수 방류 공범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의 주장을 해왔다.
친야 성향 시민 단체와 민주당이 연계해 대정부 전선을 형성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나섰던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환경운동연합·한국YMCA연맹·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주노총 등은 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광우병 반대 장외 집회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속했던 시민 단체 952곳 중 195곳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 행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인적 구성이 같다. 이 시민 단체들 일부가 이번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뛰어든 것이다.
시민 단체의 강경 발언에 민주당 내에서도 “탄핵은 너무 나갔다” “진상 규명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11일 SBS라디오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대해 “야당이라면 의혹을 제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책적인 관점에서 가야 되는데 결국 끝이 ‘탄핵’이면 민주당의 의혹 제기 자체의 어떤 목적·의도가 의심받게 된다. 오염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와 기습적인 노선 변경에 대한 진상 조사 요구만 해도 ‘유효’나 ‘절반’은 딸 수 있는 상황인데 굳이 탄핵을 주장해 정쟁화해서 민주당이 얻을 게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두관 의원은 “탄핵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 단체 주장”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과 시민 단체가 한 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시민 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11일 이 시민 단체들 활동에 대해 “미선이 효순이 사건,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주력 시민 단체가 민주당으로 넘어와 민주당 자체가 이제는 괴담 시민 단체가 됐다”며 “민주당이 시민 단체와 연대해서 반일·반미·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