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1호 쇄신안을 놓고 민주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추인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민주당은 “시간이 부족해 다음에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혁신위와 원내 지도부 위상이 손상됐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전날 “쇄신안을 안 받으면 당이 망한다”고 했지만 현역 의원들이 하루 만에 수용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 발언에서 “간곡하게 제안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면 한다”며 “혁신위가 제안한 1호 쇄신안을 의원총회에서 추인해주기 바란다. 혁신위가 민주당의 윤리성을 보강하기 위해 제안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소중한 당원과 지지자들과 함께 국민정당으로 나아갈 때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내년 총선은 확장성 싸움이다. 국민 속으로 더 넓게, 더 깊게 들어가는 확장적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다운 윤리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혁신위 쇄신안을 추인하지 않았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면서도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의 영장 청구 판단, 획일적으로 정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반사효과 등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토론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쇄신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같은 달 26일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수용을 거부했다. 이후 해당 안건이 의총에 올라오기까지 20일이나 걸렸음에도 추인이 불발된 것이다.
혁신위는 지난달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며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의원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 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당에서 의원들에 대한 철저한 사실 확인과 의원들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이날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았음에도 현역 의원들이 채택을 거부한 것이다.
혁신위는 오는 21일 2호 쇄신안으로 이른바 ‘꼼수 탈당 방지책’ 등 윤리정당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1호 쇄신안의 의총 추인이 사실상 좌초한 상황에서 향후 활동 동력을 급속히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9일 교섭 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