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도서관 직원들이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화가 임옥상씨 그림을 내리고 있다. /김상윤 기자

국회도서관이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민중미술가의 그림을 새로 전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도서관은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그림을 철거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회도서관은 지난 7일 건물 내에 전시한 그림들을 교체하면서 민중미술가 임옥상(73)씨의 2008년 작 ‘봄봄’을 2층 복도에 내걸었다. 임씨는 2013년 미술연구소 직원을 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임씨는 지난 6일 첫 공판에서 “순간의 충동과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를 줬다”며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해 다음 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바로 그다음 날 국회도서관이 임씨의 그림을 내건 것이다. 한 도서관 이용자는 “직원과 열람객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다니는 복도인데 성추행 의혹이 있는 사람의 그림을 전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국회도서관 측은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지난 11일 저녁 부랴부랴 철거에 나섰다.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수시로 작품을 교체해서 전시하고 있고, ‘봄봄’은 지난달 30일 설치 계획을 세운 뒤 이달 7일 업체를 통해 설치했다”며 “원래 설치하기 전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지만, 이번에는 (성추행 혐의) 최초 보도가 설치 하루 전이어서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임씨는 민중미술계의 거목으로 꼽혀온 화가다. 그는 18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2017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임씨가 그린 탄핵 집회 그림을 청와대 본관에 게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