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주류·중립 성향 의원들이 14일 잇따라 당 혁신위가 요구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혁신위가 1호 의제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문한 지 3주가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빨리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 내야 한다고 지도부를 압박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 31명은 이날 입장문에서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본회의 신상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이상민·홍영표·이원욱·박용진·김종민·송갑석·조응천·윤영찬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의원 전체에 입장문을 회람하지는 않았고, 일부 비명계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여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시간을 끌수록 국민들 눈에는 기득권 수호 세력으로 보일 것”이라며 “하루빨리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불체포특권 포기를 의총에서 결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미래는 “민주당은 ‘제 식구 감싸기’ 정당, 집안싸움 하는 정당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 시점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방탄을 위한 회기는 소집하지 않는다’ ‘당사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임한다’ 등 실질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 13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강하게 불체포특권 포기를 추인하자고 제안했지만 일부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다만 비주류 진영의 법률가 출신, 다선 의원들도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혁신위는 연일 “쇄신안을 안 받으면 당이 망한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31명 의원이 실명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수용을 선언하고, 더미래까지 가세하면서 1호 혁신안 채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방법론은 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며 “혁신위도 당초 주문한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방식을 고집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