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다.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17일 오전 김은경 위원장을 향해 “민주당 정체성부터 공부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설 의원의 이 같은 질타는 김 위원장이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친명·비명 간 갈등 양상에 대해 “분열은 혁신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친이낙연계에 속한 설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 언급했다”며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무슨 근거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냐”고 했다.

설 의원은 이어 “공명정대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이냐”며 “김은경 위원장 발언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당 혼란을 가중시키는 격”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한다’는 이 발언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개적인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설 의원은 “민주당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며 집단지성의 민주주의를 꽃피워 왔던 정당”이라며 “그런데, 혁신위가 출범한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참신한 혁신 의제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옐로 카드’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가치와 민주당 정체성부터 제대로 공부하라”며 “김 위원장이 원한다면 제가 직접 나서서 민주당다움을 가르쳐드리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한 뒤, 민주당 설훈(왼쪽), 윤영찬(오른쪽)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설 의원의 이날 공개 비판은 김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당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 “혁신위에 대한 의원들 불만이 적지 않다” “혁신위가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혁신위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에 대해 의원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당연히 불만도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에선 그동안 혁신위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재명 대표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친명계에선 “이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공격 주문이나 다름없다”며 반대해 왔다.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제안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이 한달 가까이 되도록 민주당 의원들의 추인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이런 불만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의총에서 혁신위 제안의 추인을 시도했지만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은 18일 의총에서 다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졋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가 처음 구성 때 현역 의원들의 참여를 거부한다는 말이 나왔다”며 “현역 의원 전부를 기득권이자 혁신 대상으로 보는 듯한 혁신위의 태도에 의원들도 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혁신위의 첫 제안인 만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서약서 제출까지 요구한 것은 너무 나간 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