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8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하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를 판단하는 기준은 ‘국민 눈높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방탄을 할지 안 할지 민주당 마음대로 선택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를 추인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의총에서 추인을 시도했지만 반대 의견이 잇따라 무산됐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결론적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견은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당한 영장 청구는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라는 질문에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며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는, 특별히 이례적으로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있을 때 정당한지 여부를 아마 여론으로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동안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잇따라 부결시켰다. 작년 12월엔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고, 지난 2월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지난달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부결 때마다 방탄 비판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 논리대로면 이재명, 노웅래,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도 ‘정당한 구속 영장’이 아니어서 부결시켰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차라리 특권을 포기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겠다”, “눈 가리고 아웅식 포기 쇼”라고 했다. 정의당도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는 그 프레임 안에 숨는 짓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날 혁신위 요구에 응답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고 했지만, 이날 결의 내용은 당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요구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혁신위는 애초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과 ‘체포동의안 표결시 당론으로 가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서약서 제출은 생략했고, 체포동의안 표결시 당론 가결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그럼에도 혁신위는 민주당 의총 결과에 대해 “민주당 모든 의원이 불체포특권 포기에 의견을 모은 것은 혁신을 위한 내려놓기의 시작이며, 앞으로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을 믿는다”는 입장을 냈다. 혁신위는 “의원총회 결의는 국민 눈높이에서 정당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조건을 걸었지만, 혁신위는 의총 결과를 혁신위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로서도 계속 당을 압박하면서 대립하는 듯한 모양새가 나오는 게 큰 부담이지 않았겠느냐”며 “민주당 의총이 100%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 정도 하고 다음 과제로 넘어가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