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A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내사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국정원은 A씨가 현역 국방위원 보좌관 신분으로 국방부에 북한 관련 민감한 정보들을 요구한 뒤 이를 유출한 정황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3월 해당 의원실 보좌관을 그만둔 상태다.
국정원은 국방위 소속 보좌관으로 2급 비밀 취급 인가증을 부여받은 A씨가 민감한 북한 관련 군사 기밀들에 대해 수시로 국방부의 보고를 요구한 뒤 관련 정보를 유출한 정황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부터 해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A씨는 지난 3년간 국방부로부터 다수의 대면·구두 보고를 받으며 수집한 일부 대외비 자료들을 따로 소속 의원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국회에 들어온 A씨는 수년 전부터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국정원과 군 정보 당국이 파악했던 비공개 ‘특별취급정보(SI·Special Intelligence)’ 역시 수집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I는 한미 당국이 북한군 동향을 감청해 얻은 첩보로 최고 기밀에 속한다. 주변 보좌진은 “A씨가 평소 북한 동향이나 친북 성향 기관지 내용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자주 돌렸다”고 했다.
A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방부에 우리 군의 대북 미사일 시스템 자료를 주로 요구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A씨가 국방부에 노골적으로 반미·친북 성향 질의서를 작성하면서 국방위 보좌진 사이에서도 ‘한총련 스타일’이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올 초 국정원이 민주노총 간첩단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이자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정원이 A씨의 혐의를 고리로 간첩 수사 범위를 민주당으로까지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다. 국정원은 현재 A씨의 국보법 위반과 관련, 유의미한 정보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던 A씨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 친북 성향 인터넷 매체 기자로 일하며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다수 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8년 해당 매체에 쓴 ‘세계를 놀래킨 김정은 신드롬 어디까지 퍼지나’라는 칼럼에서 “초등학생을 비롯해 우리 국민들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급성장했다”며 “가히 ‘김정은 신드롬’”이라고 했다. 또 같은 해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 행보, 속내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북한은 휴전선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매년 두세 차례 이상 진행하는 미국을 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며 북한 핵개발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A씨는 개인 소셜 미디어에도 주한미군 철수 등 반미 친북 성향 글을 다수 게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A씨는 해당 기사와 소셜 미디어 게시글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A씨의 남편은 진보당 소속으로 2018년 지방 선거 출마 경력이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 측은 A씨의 과거 친북 성향 활동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측은 본지 통화에서 “A씨가 국방부로부터 어떤 기밀 사항을 대면 보고 받았는지는 기록이 남지 않아 의원실로서도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A씨는 주변에 “북한 관련 글을 썼다고 다 친북이냐”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A씨 입장을 직접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