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다음 달 초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검찰이 이 대표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수사 관련 질문에 “정권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또 신작 소설이 나오는 것을 보니까”라고 했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한다는 사실을 이 지사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고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서 대북 사업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북한 측이 방북 대가로 요구한 300만달러를 대신 내게 했다는 것이다.
또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씨에게 소환 통보를 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사건에서 정씨와 이 대표는 모두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돼 있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대북 송금과 백현동 사건을 묶어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저번의 ‘변호사비 대납’ 소설도 망하지 않았느냐, 이번 방북 소설도 스토리 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안 팔릴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검찰 수사를 ‘완성도 낮은 소설’이라 해왔다.
이화영 전 부지사도 변호사를 통해 자필 입장문을 내고 “쌍방울에 이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 지사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한 김성태에게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다”며 “이 내용은 이 지사와 사전 보고된 내용은 아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입장문 내용은 앞서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검찰의 이 대표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결국 구속영장 청구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지난 2월 ‘대장동 비리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엔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영장도 기각 처리됐다.
이 대표는 앞서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체포특권 행사 여부는 이 대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헌법상 국회 회기 중에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면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작년 8월 이 대표의 당대표 취임 뒤 11개월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국회 회기를 계속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법상 8월 임시회는 16일부터다. 여야가 국회법을 따른다면 검찰이 8월 초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 대표는 회기 중이 아니기 때문에 곧장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8월 16일 임시회가 시작되고 이후 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해야 한다. 이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다.
막상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면 ‘포기’ 공언과 달리 당내에서 친명계를 중심으로 다시 부결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당 차원에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다고 하면서도 ‘정당한 영장에만 포기’라는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라며 “부결 여론이 세게 불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