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국가정보원 내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의 친북 성향 전직 보좌관 A씨가 국방부에서 ‘김정은 참수 부대’ 정보를 받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지난 3년간 국방부에 요구한 군사기밀도 700여 건에 달해, 국방부가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민감한 대북 정보를 다루는 국회 정보위 소속 다른 민주당 의원실에 채용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올해 1월 2일 국방부에 ‘김정은 참수 부대 장비 현황’을 요청했다. 1월 5일 A씨는 군수참모처장에게 ‘○특수임무여단 주요 장비 현황’을 보고받았다. ‘기관단총 ○정’ ‘저격용 소총 ○정’ ‘야시 장비 ○대’ ‘항공기 작전차 ○대’ ‘특수작전용 무전기 ○대’ 등 병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기밀 자료들이었다.
2017년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유사시 북 지도부 제거를 목적으로 창설된 ‘김정은 참수 부대’의 규모와 장비 현황은 공개된 적 없는 군사기밀이다. 2022년 북한 공작원이 현직 참수 부대 소속 장교를 포섭해 2급 군사기밀을 빼내려다 당국에 적발된 적이 있을 정도다.
A씨는 참수 부대 장비 현황을 의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국방위 질의 자료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의원실에서는 A씨가 이런 자료를 보고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운동권 출신으로 대학 때부터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던 A씨는 과거 친북 성향 매체 기자로 일하며 “초등학생을 비롯해 우리 국민들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급성장했다” 같은 김정은 찬양 글을 다수 쓴 전력이 있다. A씨는 작년 10월 우리 군의 ‘현무 미사일 관련 합참 지통실과 미사일전략사 지통실 교신 자료’를 비롯해 현무 미사일의 속도, 고도, 사거리 같은 세세한 정보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파 공작 부대 운용 예산’ 같은 민감한 기밀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씨에 대해 민주당 보좌진 사이에서조차 “상임위 질의 자료로 쓰지도 않으면서 민감한 자료들을 너무 많이 요구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고 한다.
A씨의 이러한 기밀 자료 요구 내역은 국회 시스템에 기록돼 있다. 문제는 기록에 남지 않는 2급 기밀이다. 2급 비밀 취급 인가를 받은 A씨는 대면·구두 보고를 통해서만 자료를 받는 2급 기밀을 수시로 국방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급 기밀은 보고 시 메모가 가능하지만, 2급 기밀부터는 의원들도 보고를 받기 전 유출 금지 서명을 하고 메모도 불가능하다. 눈으로만 열람이 가능하다. 국회 관계자는 “A씨가 대면 보고 과정에서 자료들을 메모하고 사진을 찍으려 해 제지를 받거나 논란이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방부는 A씨가 3년간 국방부에 요청한 민감한 자료가 2급 기밀을 포함해 700여 건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자료 반출 과정에 위법이 없었는지 최근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A씨에게 참수 부대 현황을 보고한 군 관계자는 “A씨의 전력은 전혀 몰랐다”며 “국회 공식 절차를 거쳐 자료 제출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2013년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6명이 ‘한미 공동 국지 도발 대비 계획’ ‘연도별 주한미군 병력 이동’ 같은 군사기밀 63건의 자료 제출을 국방부에 요구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A씨는 국정원 내사 사실이 알려져 지난 3월 소속 의원실에서 해고된 뒤, 최근 국회 정보위 소속 다른 민주당 의원실에서 채용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위는 국방위보다 더 민감한 국정원의 대북 정보를 다루는 상임위다. A씨는 채용이 되지 않았다. A씨 남편은 통진당 출신으로 2018년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2021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A씨가 남편을 통해 군사기밀을 유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