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파문에 민주당 분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친이재명계 일부 의원은 김 위원장의 문제 발언을 두둔하고, 비명계 의원들은 이 발언을 높은 수위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혁신위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고,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남은 기대 수명에 따라 청년과 노인의 투표권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1일 KBS 라디오에서 “(노인 비하라는 것은) 언론의 과도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도 같은 날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맞는 얘기”라며 동조했다. 양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는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양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 “(김 위원장) 발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 글”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는 혁신위 공개 비판에 나섰다.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조응천) “나이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게 우리 헌법 정신인데 여명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하겠다니, 굉장히 몰상식하다”(이상민)고 지적했다. 신동근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설화가 잦다. 당의 혁신에 매진하기에도 벅찬데 혁신위원장의 설화 리스크에 마음이 조마조마하게 된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혁신위에 대한 민주당 내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당내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한 뒤 “코로나 세대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한데, 초선이 딱 코로나 때 초선들”이라고 발언해 당내 초선 의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겨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발언해 이낙연계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위원장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계속 설화가 터지고 ‘노인 비하’ 발언은 사과 못 하겠다는 걸 보면서 혁신위는 여당이 보낸 간첩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고 했다.
당 내부 위기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노인 폄하 발언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안 그래도 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데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노인 무시·비하 DNA의 화룡점정”이라며 “김 위원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혁신위는 스스로 해체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