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김은경 위원장의 실언 파문으로 출범 한 달 반 만에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당내에선 “혁신위가 길을 잃었다” “당 내부 혁신에 집중하기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내려 한다” 등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2일 라디오에서 “혁신의 내용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발언이 더 논란이 되는 상황”이라며 “혁신위가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밖에서 논평하고 비판할 때는 쉬울지 모르지만,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원래 젠더나 세대 이슈는 워낙 민감해 더 조심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아니라 언론에 어떻게 인용될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발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측 역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김 위원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 의원들도 “날씨도 더운데 왜 자꾸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처음 한두 번은 실수라 쳐도, 자꾸 이러면 좀 아니지 않으냐”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혁신위가 연일 논란에 휩싸이며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은 노인 비하 발언으로 이미 ‘삼진 아웃’”이라고 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미 ‘식물 혁신위’가 된 것 아닌가”라며 “권위를 잃어 앞으로 무슨 안을 내놔도 당내에서 두루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이 그 자리가 그리도 탐나는지 똥배짱으로 버틴다”며 민주당을 향해 “구제 불능 막가파 패륜당, 해체 외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