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뒷줄 왼쪽에서 둘째) 대표와 우원식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방류 반대 어린이·청소년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어린 학생들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미래 세대를 선전·선동에 앞세우다니 북한이 연상된다”고 했다. /연합뉴스

“도쿄전력이 전 세계 바다를 가졌나요? 내가 제일 싫은 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위험한 핵 발전을 당장 멈춥시다.”(초등학교 2학년 A양)

더불어민주당이 8일 초등학생 등을 국회로 초청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불법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아동·청소년·양육자 간담회’를 열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대표와 우원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이날 참석한 어린이들을 ‘활동가’라고 소개했다. 6세부터 10세 사이의 ‘어린이 활동가’ 7명이 부모를 동반해 참석했다. 이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부와 일본을 비판하고 ‘탈핵’을 주장하는 모습은 민주당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몇몇 아이들은 참석자 소개 때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거나 보호자 품에 안기기도 했다.

어린이들을 대표한 A양(8)은 “지난주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파도를 타며 후쿠시마 바다를 생각했다. 영상으로 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 안은 아주 끔찍했다”며 “그런데 거기서 나온 위험한 물을 바다에 버린다니 무지 놀랐다”고 했다. A양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그 물을 마시고 수영도 한다던데 그러면 아플 수도 있다”고 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달 한국을 찾았을 때 한 말을 언급한 것이다. A양은 또 “우리나라도 위험한 핵 발전을 당장 멈추자. 핵 발전소보다 무서운 말을 써야 한다”며 “경주 월성에 사는 다섯 살 동생도 피폭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6년 1월 당시 월성 원전 인근에 사는 5세 아이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일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청소년을 대표해 발언자로 나선 고등학생 B군은 “투명한 자료 없이 계속해서 안전하다고 하는 일본과 도쿄전력은 믿을 수 없다”며 그렇게 안전하다면 기시다 총리나 그로시 사무총장이나 많이 드시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B군은 “핵 발전소는 합법이라는 외피를 쓴 국가의 폭력이 작동하는 현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도 정도껏 하라” “일본에 나라를 갖다 바치려고 하는가” “이재명 특검, 김건희 조사가 민생보다 더 중요한가”라고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오염수 배출의 실질적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미래 세대 활동가의 말씀을 잘 들었다”며 “총력 단결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저지할 때가 된 것 같다”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그림에는 ‘어른들이 죽인 물고기 우리 입으로 들어온다’ ‘바다는 병든다 핵 오염수가 쏟아지니’ 등 문구와 방사능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민주당과 간담회를 공동 주최한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은 단체 영문명 ‘Political Mamas’가 쓰인 티셔츠를 입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엄마들의 정치 세력화를 도모한다”며 2017년 창립했다. 유치원 3법 통과 촉구, 학교 내 성폭력 고발,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등 활동을 해왔다.

민주당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불러 간담회를 연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과거 광우병, 사드 전자파 사태 때 아이들을 앞세운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