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제 개편을 두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친명계는 대의원 권한을 줄이고 권리당원의 당대표 선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명계는 현행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등점에 도달한 친명·비명 계파 갈등이 대의원제 개편안을 두고 폭발한 것이다. 논란 속에 혁신위원회는 8일 대의원제 개편안 등 혁신안 발표를 이틀 연기해 오는 10일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의원제 개편은 차기 당권을 어느 계파가 차지하느냐와 직결된 문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60표와 맞먹는다. 대의원은 현직 의원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앉히는 경우가 많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과거 정부에서 주류였던 비명계는 상대적으로 대의원 지지층이 두껍다. 현행 대의원제를 유지해야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개딸’로 대표되는 권리당원 지지자가 많은 친명계는 차기 당권을 잡으려면 대의원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차기 당권을 결정할 전당대회는 내년 8월에 치러진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 등으로 조기 사퇴하며 전당대회가 앞당겨질 경우 대의원제 개편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대의원제가 무력화되면 친명계 당 지도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내년 총선 공천과도 연결될 수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8일 “(이재명) 대표가 그만두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대의원제 폐지 문제를 지금 거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가 다가와서 개편하게 되면 특정 계파 유불리 설이 나올 텐데 지금 고치는 게 낫다”고 했다.
혁신위가 준비 중인 대의원제 개편은 대의원 권한을 대폭 줄이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 국민 25%의 비율이다. 현재 대의원은 1만6000명, 권리당원은 120만명가량으로 대의원 1표의 가치가 권리당원의 60표와 같은 셈이다. 대의원제는 민주당 권리당원의 호남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도입됐다. 하지만 현직 의원이 대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등 금권 선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설문조사 결과를 최종 확인한 뒤 혁신안을 발표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2일부터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의원제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편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