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공천 심사에서 현역 의원 패널티를 강화한 더불어민주당 혁신안이 나온 지 하루 만인 11일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는 정면 충돌했다. 최고위에선 친명·비명계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했고, 당내 의원 그룹과 친명 원외 그룹이 경쟁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비명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에서 “대의원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혁신안은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로지 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친명계 서은숙 최고위원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함께 자각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혁신안을 놓고 지도부가 당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당내 의원 모임도 거부 의견을 잇따라 내놨다. 친문계 모임인 ‘민주주의 4.0′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혁신위가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발표한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민주주의 4.0의 좌장 격인 전해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의원 폐지는 돈봉투 사건의 원인과 해법이 될 수 없다. 공천 제도 역시 절차적 정당성이 충족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대의원 투표 반영 여부는 총선 전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도부에 제안한다”고 했다. 계파 갈등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모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이 대표를 지지하는 10여 개 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혁신안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친명계인 김용민·양이원영 의원이 참석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가치 비율을 1대1로 맞추는 데 환영한다”고 했다. 이 대표 지지자인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를 지키자”며 혁신안 이행을 요구하는 청원을 독려하고 있다.
혁신안 갈등이 번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논란에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제안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를 거쳐 합당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하겠다”면서도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을 묻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