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지난 11일 K팝 콘서트와 함께 막을 내렸다. 153국에서 온 참가자 4만3000명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후반 분전에도 이번 잼버리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행사장의 시설 관리 부실과 폭염 대책 미비로 인해 대회 초반 난항을 겪었다.
총괄 계획과 집행을 책임지는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국회스카우트연맹 소속 민주당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행사를 유치한 전북도는 “조직위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전북지사가 소속된 민주당도 총리 사퇴를 주장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대회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위 사무국 인원 115명 가운데 53명(46%)이 전북도청과 전북 각지 시군에서 파견된 공무원이었다. 대원들의 불만이 폭주했던 화장실·샤워장 관리, 그리고 상하수도 및 배수 시설을 담당하는 사무국 산하 시설관리본부 직원 8명 역시 모두 전북도 등에서 파견된 지방 공무원이었다. 시설관리본부는 폭염 대비 시설도 담당했다. 시설관리본부 업무로만 예산 수백억 원이 집행됐다.
잼버리 야영장은 기존 새만금의 매립지가 아닌 새로운 갯벌을 매립한 땅에 마련됐다. 게다가 야영지 매립 공사는 2020년 뒤늦게 시작해 대회 8개월 전인 작년 12월에야 끝났다. 기존 매립지였다면 나무도 심고 배수 시설 설치 등에 애로가 적었겠지만 급조된 매립지다 보니 숲도 없는 진흙탕 위에 야영장이 설치됐다. 이 또한 전북도가 새만금 매립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조직위에서 화장실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지난 4일 잼버리 현장을 찾았을 때 더러운 화장실에 놀라 직접 청소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화장실 관리, 쓰레기 청소는 전북 공무원들이 맡았는데 가장 기본적 업무를 이렇게 처리할 줄 몰랐다”며 “조직위 내 지방 공무원이 많다 보니 여가부 출신인 사무총장의 지시도 잘 이행되지 않은 것 같았다”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직위 정관에 따르면 집행위는 예산, 주요 사업 계획의 승인권을 가진다. 형식적으로는 조직위 책임이지만 실질적 권한은 전북도가 쥐고 있었다. 시설 관리 부실의 1차 책임도 전북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도청 홈페이지에는 “조직위로 책임을 전가하려 하지 말고 전북도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사과하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 99건 중 7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북도와 부안군, 전북 관계자가 포함된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이 가 놓고 전북도가 이제 와서 책임이 없다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했다. 전북 지역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직능위원장 A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2021년 9월부터 올 6월까지 조직위에서 잼버리 온라인 홍보 등 총 8건(23억5900만원)의 계약을 따낸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자본금 1억원, 직원 3명인 업체가 국제 행사에 선정된 과정에서 유착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전북도는 자체 감사를 실시한다면서도 여당의 ‘근거 없는 잼버리 파행 책임론’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오는 14일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준형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맞춤형 발전을 위해 지자체에 전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자체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우리 지방 정치 문화가 지자체를 견제할 수준으로 성숙돼 있는지 이번 잼버리 대회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다만 이런 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지자체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중앙정부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잼버리를 준비해 온 여가부와 지자체를 관리하는 행안부 등 중앙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가 대회 안전 사고 관리와 경찰·소방과 협조 등 업무를 맡기는 했지만, 이는 올해부터 그랬다. 사실상 대회 준비는 전북도가 주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