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5일 부산에서 강연회를 열 예정인데, 민주당 부산시당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상무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친명계 시당위원장이 의도적으로 강연회를 방해하려고 시간대를 겹쳐 잡은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서은숙 최고위원이다.
이 전 대표는 이달 초에 오는 25일 오후 4시부터 5시 40분까지 부산시의회에서 초청강연회를 연다고 일정을 공지했다. 지난 5월 출간한 책 ‘대한민국 생존전략’으로 하는 강연이다.
그런데 수일 뒤, 민주당 부산시당은 25일 오후 5시부터 상무위원회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상무위원회는 보통 월 1회 열고, 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참석 대상이다. 특히 부산시당은 이날 공지에서 “만찬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인사들이 상무위원회에 참석하면 이 전 대표의 강연회에는 참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주당 부산시당 측은 “이 전 대표 측이 강연회 일정을 부산시당에 알려오지 않았다”며 “일부러 시간대를 겹쳐 잡은 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은 “당 대표였고 현재도 상임고문인 이 전 대표의 강연회엔 당연히 지역의 당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한다”며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상무위원회를 여는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부산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통화에서 “같은 날로 겹쳤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시간대까지 같은 줄은 몰랐다”며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상황이 이렇게 된 배후로 서은숙 부산시당위원장을 지목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서 위원장이 친명계 인사라는 점을 들어 “친명계의 방해공작” “옹졸하고 좀스럽다”고 했다. 한 지지자는 온라인에서 “이 정도면 너무 노골적”이라고 했고, 다른 지지자도 “갑자기 뜬금없이 상무위원회를 소집했다”며 “역시 개딸은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서 위원장을 ‘개딸’로 지칭한 것이다.
부산진구 구의원과 구청장 출신인 서 위원장은 작년 8월 시당위원장에 선출됐다. 이재명 대표는 작년 8월 당대표에 취임한 직후 서 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선임했다. 서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 중 대표적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11일 당 최고위에선 비명계가 반대하는 당 혁신안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건 자기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며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강연회와 부산시당 상무위원회 일정이 겹친 이유에 대해 “이 전 대표의 강연회가 열리는지 몰랐고, 9월 정기 국회가 시작하기 전에 상무위원회 일정을 잡았을 뿐”이라며 “‘친명이라서 일부러 일정을 겹쳐 잡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