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鄭律成·1914?~1976) 기념 사업 대상에 초등학생 등 미래 세대까지 포함돼왔던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광주MBC는 2014년부터 ‘정율성 동요경연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받아 정율성이 지은 1곡과 자유곡 1곡을 부르게 해 심사한다.
1회 행사는 호남대 공자학원과 공동 개최했다. 주최 측은 “13억 중국인의 추앙을 받는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 선생을 기리고,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우정의 무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9회 행사에서 주최 측은 중국 천안문 광장 인민해방군 열병식 영상을 배경으로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의 사랑을 받은 음악가’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정율성의 팔로군 행진곡이 인민해방군 군가가 됐다는 사실 역시 이 노래가 6·25 때 불렸다는 핵심 팩트가 빠진 채 정율성의 자랑스러운 업적처럼 전달됐다.
개막 무대에선 한 성악가가 정율성의 연안송(延安頌)을 불렀다. 중국 공산당이 혁명 성가(聖歌)로 떠받드는 노래다. 정율성의 딸 정소제씨의 중국어 영상 축사도 상영됐다. 한 어린이 참가팀은 정율성의 ‘우리는 행복해요’를 불렀다. 중국 초등학교 음악책에 수록된 곡이다. “우리의 생활 행복해요/공부하는 우린 즐거워라/고마워요 사랑하는 우리 조국/아름다운 학교를 세워줘.”
정율성이 중국 공산당에 바친 이 노래를 한복을 입은 한국 초등학생들이 웃음과 율동을 곁들여 불렀다. 광주문화재단 등에서 온 심사위원들은 이런 공연에 박수를 쳤다. 정율성 벽화가 그려진 전남 화순 능주초에서 온 한 학생은 “학교에 정율성 공원이 있는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정 선생님이 저희를 지켜보는 것 같아 더욱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고 했다.
본선에 참가한 네 팀 모두 상을 받았다. 우승팀엔 광주광역시장이 주는 정율성상(賞)이, 준우승팀엔 주광주 중국 총영사 명의의 최우수상이 돌아갔다. 장청강 주광주 중국 총영사는 “10주년인 내년에는 중국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MBC 사장은 “여러분도 계속 성장해서 정율성 선생이 꿈꿨던 한중 평화와 화해를 얘기해달라”고 했다.
초등학생 상대 동요 행사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역사 탐방에도 정율성 관련 코스가 빠지지 않는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운영 중인 ‘광주정신 역사탐방’ 코스를 보면 ‘정율성 거리와 광주 3·1운동 사적지’가 있다. 정율성을 “중국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중국인들의 100대 영웅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의열단과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한 항일 독립 투사”라고 소개한다. 정율성 거리는 4·19, 5·18 같은 주요 역사 탐방지 11곳과 같은 위상으로 소개돼 있다.
광주교육청과 광복회 광주전남지부는 수년 동안 학생들을 데리고 중국 내 항일 독립운동 사적지 역사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하얼빈에 있는 정율성 기념관이 안중근 기념관, 홍범도 유적지 등과 함께 탐방 루트에 포함돼 있다. 이 기념관에 있는 정율성 동상은 광주 양림동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 학생 단체인 전국 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국민을 학살한 북한군 응원대장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을 결사반대한다”고 했다.
☞공자학원
중국 정부가 자국의 언어·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세계 각지에 세운 기관. 한때 118곳에 이르던 미국의 공자학원은 안보 위협 이유로 95%가 퇴출됐지만 한국엔 아직 20여 곳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