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다섯 분의 흉상 제막식.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사관학교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은 27일 “육사 교정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육군사관학교가 생도 학습 건물 중앙 현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다른 장소로 이전하려는 데 대한 것이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입당 경력 등을 문제삼아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이 주장하면서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느냐”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이며 보훈인가”라며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육사의 흉상 이전 방침이 알려진 뒤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광복회도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육사 방침과 이를 추진하는 이종섭 국방장관을 비판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국방장관을 향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권칠승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독립 영웅 흉상 철거는 철 지난 색깔론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선동”이라며 “항일 독립 투쟁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 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처사”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참 할 일도 없다”며 “(홍범도 장군이) 6·25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와서 논란이 되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받는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흉상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는데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그렇게(흉상 철거) 할 거면 홍범도 장군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