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등 야권 성향 단체는 주말 기간 서울 도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과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하던 야권 단체들이 거리에 나와 ‘죽창가’를 불렀고, 야권 지지층은 온라인에서 ‘노 재팬(일본 불매)’ 운동을 벌였다. 야당 의원 4명은 27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열리는 오염수 방류 집회에 참여했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 4당과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약 7000명이 모였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공동 행동엔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국진보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9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중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반대 시위한 단체가 상당수 포함됐다.
집회는 운동권 노래인 ‘죽창가’ 합창 공연으로 시작됐다. 죽창가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 조국 전 법무장관이 페이스북에 홍보하면서 야권에 ‘반일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재명 대표는 연설에서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일본이 총과 칼로 전 세계 인류를 침범하고 살육했던 태평양전쟁을 다시 한번 환경 범죄로 일으키려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이 이웃 나라 눈치를 보며 방류를 망설일 때 이런 패악질을 가장 합리화하고 지지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일본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대리인임을 명심하라”고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연호했다.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시 광화문, ‘아스팔트 정치’를 더욱 가열차게”라며 전면적인 장외 투쟁을 시사했다.
27일엔 민주당 우원식·양이원영, 정의당 강은미, 무소속 양경숙 등 야당 의원 4명이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열린 ‘해양 방출 반대 전국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싸움은 반일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지구 환경과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싸움”이라며 “한일 의원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공동 행동을 통해 서로 연대해야 할 필요가 매우 높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참여한 집회는 일본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주도한 것으로, 사민당 대표인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과 공산당 소속 이와부치 토모·고이케 아키라 참의원, 입헌민주당 소속 이시가키 노리코 참의원 등 일본 의원 4명이 참여했다. 일본 의원 4명이 나선 집회에서 한국 의원 4명이 참석한 것이다. 한국 의원들은 ‘오염수 방류 철회하라’ ‘생명의 바다 죽이지마’ 등이 적힌 일본어 팻말을 들었고, 집회 도중 우리말로 “어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안전한 오염수 대책 세워라” 등을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선 ‘노 재팬’(NO JAPAN)을 외치며 일본산 불매 운동을 부추기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이 페이스북에 ‘NO JAPAN!’ 이라는 글 올리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늘부터 일본은 주적이다” “불매운동 함께 한다”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이번엔 제대로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야권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론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포스터가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