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30일 국회에서 “1993년 러시아의 핵폐기물 동해 투기 이후 우리나라 해역 약 50곳의 방사능 정도를 계속 측정했지만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며 “일본을 오염수 방류로 국제기구에 제소하면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서해 쪽으로 1년에 200조 이상의 베크렐(Bq·방사능 강도 단위), 우리도 190조 베크렐 이상의 삼중수소(방사성 물질)를 배출하고 있지만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러한 발언은 사실일까.

그래픽=이철원

◇러시아의 동해 핵폐기물 투기?

사실이다. 1993년 러시아 해군 선박은 저준위 핵폐기물 900t을 일본 홋카이도에서 서쪽으로 540㎞ 떨어진 동해에 방출했다. 퇴역 핵 잠수함 등에 탑재됐던 원자로와 냉각수 및 잔존 액체 등이었다.

현재 방류되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알프스(ALPS·다핵종 제거 설비)’라는 여과 시설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을 정화 처리한 것이다. 반면 당시 러시아 핵폐기물은 정화 처리를 거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가 구소련 시절인 1966년부터 30년 가까이 울릉도 근해 등 동해상에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을 무단 투기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한·일·러 3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1994~1995년 동해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심층 조사했는데, 다른 해역과 비교해 방사능 농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당시에도 바닷물에 핵폐기물이 희석돼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방사능 오염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러시아가 30여 년간 투기한 핵폐기물의 삼중수소는 약 586조베크렐이었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는 약 860조베크렐이다.

◇中 연간 200조, 韓 190조베크렐 배출?

수치는 집계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국 등이 매년 상당량의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는 원전 시설에서 214조베크렐을 해양에 배출했다. 중국은 2020년 1054조베크렐, 미국은 2019년 1714조베크렐을 배출했다.

물론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배출은 정상 가동 원전의 냉각수에서 나온 것인 반면,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녹아내린 핵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라는 측면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세슘 등 200여 종의 방사성 핵종에 오염된 지하수가 아무런 정화 처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달간 하루 100조베크렐씩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당시 배출된 방사성 오염 물질이 현재 후쿠시마에 저장돼 있는 오염수보다 10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해양수산부와 원안위는 가까운 연안 52곳, 먼바다 40곳에서 세슘과 삼중수소 등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정기 점검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지금까지 6581건의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 부적합 사례는 없었다.

◇文 정부, 日 제소 포기?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4월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검토 단계에서 끝났다. 실익이 없고 일본에 방류 명분만 준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엔해양법협약, IAEA 등은 오염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주권국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금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