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야권 성향 시민 단체가 주도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참석 인원이 첫 집회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지 등을 놓고 단식에 나선 상태지만 장외 투쟁 동력은 사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향후 집회 참여 여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산물 소비는 오염수 방류 이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광우병 사태 등을 거치면서 시민 의식이 성숙해졌다”며 “과학과 상식이 괴담에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 범국민대회’ 3차 집회에는 2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지난달 26일 열린 첫 집회에는 7000명이 모였고, 지난 2일 2차 집회엔 6000명이 모였는데 3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이다.
집회에 참석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으라고 했더니 결국 용인하고 우리 돈을 들여 안전하다고 홍보까지 했다”며 “윤석열 정권에 국민의 매운맛을 확실히 보여주자”고 말했다.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에 출석해 불참했다.
하지만 야권이 주장한 ‘국민의 매운맛’과 달리 일반 시민은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산물 소비는 증가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추석 선물 예약 판매 현황’을 보면, 각 백화점의 수산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굴비가 4배 이상, 멸치 등 건어물은 3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갈치·옥돔·전복도 2배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수산물 선물 세트 매출이 작년 대비 78%, 현대백화점은 47% 늘어났다. 친환경·유기농을 강조하는 ‘초록마을’은 “올해 추석 수산 선물 세트 26종의 초기 판매량이 올 초 설 세트 판매량과 비교해 231% 증가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부산 기장군의 해조류 판매 업체 대표 심모(59)씨는 “올해는 망했다 싶었는데, 해조류가 예년보다 오히려 더 많이 팔린다”며 “원래 하루 50~60박스씩 나가는데 요즘은 70~80박스 정도 나간다”고 했다. 해양수산부가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9~10일 서울 강서 수산시장에서 개최한 ‘수산대축제’는 찾아온 손님들로 붐볐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방류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만 따지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이슈라 정치적 선동이 통하지 않았다”며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10여 년이 지났지만, 수산물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3주 연속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은 여론이 (광우병·박근혜 탄핵) 수준이 안 되니까 시민들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는 참석자가 1차 1만2000명에서 2차 4만8000명, 3차 26만9000명으로 급증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는 1차 집회에 1만명이 참석했고 한 달 만에 8만명으로 불어났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다음 주 집회 참석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다음 주 집회에 당 차원에서 참석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다음 주부터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