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대정부 질문이 요즘처럼 정쟁의 도구로만 쓰이지는 않았다. 대정부 질문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정권 비리를 폭로하는 일이 꽤 있었다. 탄탄한 팩트를 기반으로 한 폭로는 대형 사건으로 커지기도 했다. SNS가 없던 시절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언론을 향해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일이 1995년 10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이다. 당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은 128억원이 예치된 한 은행 지점 예금 조회표를 흔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천억 원대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이 폭로로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사과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5000억원대 비자금을 만든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앞서 1989년 2월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통일민주당 김운환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30억원대 경기도 안양시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의 근거는 등기부등본이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시간이 지나 2006년 전 전 대통령 부부의 딸에게 해당 임야가 증여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는 여론 몰이를 위한 ‘가짜 뉴스’ 공장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2년 10월 10일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전갑길 의원은 “부천 범박동 재개발 사건 의혹과 관련된 기양건설이 약 400억원의 로비 자금을 조성해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 부부와 측근 인사들에게 최소 80억원 이상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16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를 겨냥한 폭로였다. 그러나 이 후보의 낙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이 폭로는 ‘김대업 병풍’ 사건과 더불어 근거없는 가짜 뉴스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선 “정책 질의가 실종된 지는 오래고 최근엔 의미 있는 정권 비리 폭로조차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과거엔 국회의원 같은 지위를 가진 이들이 대정부 질문에서 권력 비리를 폭로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정보 전달이 되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언론과 SNS 발달 등으로 국회 대정부 질문이 비리 폭로의 장으로 역할 하는 일도 거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