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건 우리 스님들이 훨씬 더 잘하거든요. 그러니까 잘하는 저희한테 단식을 맡기고, 대표님 잘하는 일 해주면 좋겠다.”(진우스님)

불교계 인사가 14일 이재명 대표를 찾아 ‘단식을 멈춰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로 단식 15일째에 들어섰다.

단식 15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불교계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 대표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왼쪽 끝이 진우스님. /연합뉴스

이날 오전 불교계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회’ 대표단은 이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 본관 민주당 당대표실을 찾았다.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던 이 대표는 바로 앉아 합장하며 이들을 맞았다.

진우스님은 “칼날 위에 서시지 마시고 칼날이 되주셨으면 좋겠다”며 “이제 그만 단식 멈추시고 우리 국민들의 반야의 검,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도리를 드러낸다)의 검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이 대표에게 말했다. 반야검은 문수보살이 들고 있는 지혜의 칼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눈을 감고 듣다가 “허허”라고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진우스님은 “굶는건 우리 스님들이 훨씬 더 잘하거든요”라며 “잘하는 저희한테 단식을 맡겨주시고, 대표님 잘하시는 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식을 멈추고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합장으로 인사를 하면서 이날 만남은 정리됐다.

이날 이 대표을 찾아 단식 중단을 촉구한 진우스님은 불교계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승려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는 다른 사람이다. 그는 지난 7월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에서 해고됐다. 당시 동국대는 “진우스님이 근무시간을 어기는 등 지난해 12월 이후 부서장의 업무지시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교법사 신분으로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발언으로 학교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해 해고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활동에 부담을 느껴서 해고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윤석열 퇴진 시국법회 야단법석 준비위' 대표단과 인사를 하고 있다./뉴스1

한편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거듭 이재명 대표를 찾아 단식을 중단하라는 뜻을 전했다. 서영교 최고위원, 김민석 정책위 의장, 박홍근 전 원내대표, 전혜숙 의원 등 민주당 3선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 중 이 대표 단식장을 찾고서는 단식을 멈춰달라고 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가 끝난 뒤에는 박광온 원내대표를 필두로 민주당 의원이 단체로 단식장을 찾아 중단을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많은 국민들도 걱정하시고 당원들도 정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단식의 모든 뜻을 의원들이 이어받아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들을 더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단식 중단을 간곡히 요청드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