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의도에서도 단식은 정치인의 강력한 승부수로 여러 차례 시도됐다. 단식의 성패를 가른 것은 명분과 시기였다.
2003년 11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5일째 날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찾아왔고, 8일째 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 “나도 23일간 단식해봤지만 굶으면 죽는다”면서 단식 중단을 설득했다. 최 전 대표는 국회에서 특검법 재의결을 통과시킨 뒤 열흘 만에 단식을 멈췄다.
2014년 8월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식을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자 문 전 대통령이 동조 단식을 했다. 김씨가 건강 악화로 46일째에 단식을 멈추자, 문 전 대통령의 단식도 열흘 만에 끝났다.
2016년 9월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을 선언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정 의장이 새누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 단독 표결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항의였다. “최순실 게이트 확산을 막으려는 꼼수”라는 야당의 비판 속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두 차례 단식 현장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의 걱정이 크다”며 중단을 요청했다. 7일째 날 병원으로 이송되며 단식이 끝났다.
2018년 5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열흘간 단식해 뜻을 관철시켰다. 그는 단식 도중 한 남성에게 기습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2019년 11월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닷새째 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찾아와 우려의 뜻을 전했다. 그는 단식 8일째 날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당과 가족의 만류로 단식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