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18일 “민주당은 청년 정당, 친환경 정당, 여성 정당, 기술혁신 정당, 미래 정당으로 진화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의 가치를 더 강화하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유산을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미래 경제에 대한 이야기에 연설의 3분의 1 가까이 할애했다. 박 원내대표는 “경제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했다”며 “저성장 경기침체 상황에 정부가 첨단 기술에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비전을 먼저 창조하는 ‘기업가형 정부'가 돼야 한다”며 “공공 이익을 위한 규제는 보호하되 혁신을 막는 장벽은 과감히 허물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R&D 예산 삭감은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구분 없이 원천기술 R&D에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특별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인 정부 R&D 투자액을 일본과 독일보다 높여, 미국과 함께 (R&D 예산) 2강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했다.

박광온(아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위쪽은 김진표 국회의장. /이덕훈 기자

박 원내대표는 현 정부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긴축과 감세는 국가 재정의 포기 선언”이라며 “여야 국가재정운용협의체를 꾸려 내년도 예산안과 재정 마련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6% 이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선 의자가 20개 있고 사람 100명이 재빨리 의자에 앉아야 하는 게임에 빗대어 설명했다. 능력 있는 부모는 자녀가 20개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스펙을 채워주지만, 나머지 80%는 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남들보다 먼저 의자에 앉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의자 수를 늘리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 비율을 20%에서 40%로 늘리는 것을 민주당의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또 “일자리 미스매치부터 해결해야 한다. 인공지능(AI), 2차 전지, 로봇, 우주항공, 빅데이터 등에선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인적자본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개헌 제안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대통령 결선투표제와 4년 중임제를 추진하자”고 했다. 또 여야 내부에서 난항을 겪는 선거제 개편에 대해 “위성정당을 원천 금지하고, 지역주의에 기댄 양당의 독식을 타파하고, 비례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촉진하는 네 가지 원칙에 합의하자”고 했다. 그는 최근 북·러 정상회담 등 국제 정세에 대해선 “유럽·아세안 국가는 국익외교와 다자외교를 꾀하고 있다”며 “우리도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와 한·미·일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유연함과 균형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코로나 후속 대책으로 “소상공인 보상 기준을 세우고 신속하게 재정 지원에 착수해야 한다”며 “코로나에 헌신한 의료인과 각 분야 노동자·봉사자를 보훈의 마음가짐으로 예우하겠다”고 했다. 성평등 문제와 관련해선 “페미사이드(남성에 의한 여성 혐오적 살해) 범죄 통계를 정확히 작성하겠다”며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리고 일·가정 양립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연설에 대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와 경제·기후 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민주당이 미래를 과감히 준비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