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여파로 병원에 입원하고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여야의 대치는 더욱 격화됐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 상임위 보이콧과 함께 장외투쟁에 나서며 대정부 총공세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내각 총사퇴는)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며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거나 차라리 해체하라”고 했다.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극단의 대립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가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 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했다. 이날 48분 동안 이뤄진 연설은 대부분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채워져 있었다. 민주당이 이날 제출한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은 빠르면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예정된 상임위도 사실상 보이콧했다. 법제사법위원회·국방위원회 전체 회의는 민주당 의원 불참 속에 파행으로 끝났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는 취소됐다. 민생 법안 논의와 인사 청문회 등 시급한 의사 일정은 다뤄지지 못했다.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세 부처 장관 인사 청문회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사 청문회까지 전부 10월로 넘어가게 생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19~20일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부결시키겠다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등)·방송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지 않은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두 법에 대해 각각 ‘불법 파업 조장법’ ‘방송 영구 장악법’ 이라며 반발해 왔다.
이런 가운데 박광온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 130여 명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무총리 해임·내각 총사퇴’ 피켓을 들고 약 20분간 한 줄로 서서 ‘인간 띠 잇기’ 시위를 했다. 정 최고위원은 “병원에 실려가 있는 야당 대표에 대해 무도하게 야당 파괴 공작을 하는 것은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없었다”고 했다.
여당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이 대표의 건강과 사법 절차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18일간 단식을 이어가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 했지만, 법 절차의 엄중함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며 “민주당에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거나, 그게 아니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 운영 자체를 올스톱시켜 버리는 태도는 당내 극단 강경파들의 포로가 돼 민심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정당이 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병상에서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여당은 이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병문안과 관련해 여러 가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범죄 혐의를 덮기 위한 단식에 명분만 부여한다는 반대 기류도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