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출판 기념회가 열린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앞. 이 의원은 자신이 쓴 책에 사인을 했고, 구매자들은 모금함에 현금 혹은 돈 봉투를 넣은 뒤 투명 비닐봉지에 담긴 책을 가져갔다. 대부분 2권씩 샀고, 8권이나 10권을 손에 든 구매자도 있었다. 국회 직원은 “(책은) 정가로 판매해야 하고, 후원금으로 쓰시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국회 직원이 말한 내용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이 의원의 대학 은사인 정운찬 전 총리는 축사에서 “책이 많이 팔려서 이 의원이 인세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박광온 원내대표 등의 축하 영상도 나왔다.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는 서면으로 축하 인사를 했다고 사회자는 전했다. 그러나 정작 손에 책을 여러 권 들고 있던 구매자들은 행사장 안에 보이지 않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 등 정치인들이 최근 출판 기념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이들이 낸 책은 자서전이나 자신의 의정 활동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출판 기념회는 모금액 한도가 없으며 모금액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 정가보다 많은 돈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 정치인들이 우회적으로 후원금을 얻는 수단 중 하나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2014년 선관위가 정가 판매, 모금액 선관위 신고 등의 관련 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이후 법 개정은 없었다.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검찰 압수 수색 때 자신의 집에서 나온 현금 3억원에 대해 “출판 기념회에서 모은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의원들은 주로 국회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고 있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각각 지난 11일과 지난달 25일 국회도서관,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박물관에서 행사를 열었다.

지역구에서 출판 기념회를 여는 경우도 많다. 국회보다 접근성이 좋아 더 많은 지지자가 몰려, 모금액도 더 많다고 한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9일 부산 북구 한국폴리텍대,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의 세종대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두 의원의 행사엔 수백 명이 참석했다. 같은 당 김주영 의원은 지난 16일 김포시민회관 실내체육관, 광주 광산구 출마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 박균택 전 고검장은 호남대에서 출판 기념회를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동석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10일 충북 충주에서 수백 명이 모인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축하 화환도 왔다. 양홍규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 송병선 경기도당 정책본부장, 경기 구리시 출마를 노리는 송진호 변호사도 이달 출마를 노리고 있는 지역에서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현역 의원들이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8~9월 출판 기념회를 여는 것은 피감 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8일 비공개 의원 총회에서 ‘출판 기념회 자제령’을 내렸다. 윤 원내대표는 “최근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의원이 출판 기념회를 열고 있다”며 “불법 후원금 모금 수단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출판 기념회 같은 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