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독립유공자’로 예우하는 법안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전봉준 공초' /문화재청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동학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에서 처리했다. 1894년 9월 제2차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국가 서훈을 받을 경우 자동적으로 ‘독립유공자’로 등록해 예우하는 법안이다.

보훈부에 따르면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올해 2월까지 2차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등록된 3196명이 독립유공자 인정 대상이 된다. 민주당은 ‘위원회 심의를 통해 서훈자를 추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보훈부는 사실상 이들을 모두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원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한 동학 농민혁명 참여자로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 대하여 ‘상훈법’에 따른 서훈 또는 표창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이 건국훈장·건국포장·대통령 표창 등 서훈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독립유공자로 등록되도록 하고 있다.

홍익표 국회 문체위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현행법은 제2차 동학농민운동 참여자에 대해 “1894년 9월에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농민 중심의 혁명 참여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이 국권 수호를 위해 항일무장투쟁을 했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독립유공자로 본다는 내용은 없다.

개정안은 동학농민운동 황토현 전적지가 있는 전북 정읍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발의했다. 윤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전봉준 장군조차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동학법 개정안을 통해 이런 분들이 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앞서 지난 2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는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은 일제의 침략에 맞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음을 법률에서도 명시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서훈에서 배제되면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야당이 강행해 법안이 통과되자 “내년 총선용 보여주기식 강행처리”라고 반발했다. 특히 동학법 개정안이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한 내용인 만큼 문체위가 아닌 보훈부 소관인 정무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면서 처리를 반대해왔다.

국회 문체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동학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문체위는 민주당 9명·국민의힘 5명·정의당 1명·무소속 1명으로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단독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보훈부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보훈부는 20일 “동학농민혁명 2차봉기 참여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포함 여부를 정무위에서 논의하고 있고, 현재 학계 다수에서도 동학 2차봉기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법률로 강제해 입법한 것은 독립유공자 서훈 체계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이어 “독립유공자 및 국가유공자의 경우 엄격한 보훈심사를 거쳐 유공자로 인정하는 반면, 개정안은 대상자를 심사절차없이 무조건 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훈 관련 법안을 무시하고 형평성도 간과한 과도한 특혜를 주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했다.

동학농민운동 1차 봉기는 고부 군수 조병갑의 학정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1894년 2월 전봉준 장군과 함께 고부 관아를 점령한 것을 시발점으로 보며, 조선 지배계급에 대항한 반봉건적 항쟁으로 분류된다. 2차 봉기는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이 1894년 말 청일전쟁이 발발하자 반일 항전을 선포한 것으로 반외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당시 동학농민군은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 진압됐다.

문체위 소위에서 처리된 동학법 개정안은 ‘2차 봉기’ 참여자들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문체위 전체회의와 법사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 관문이 남았다. 유공자 후손들은 교육·취업·의료 등 여러 방면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