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 후보자의 재산 증식 논란과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황인규 강남대 조세범죄연구소 교수는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여당 의원들이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자 배우자는 2000년 형제들과 함께 부친으로부터 부산 땅을 물려 받았는데 자녀들이 23억원을 주고 땅을 매입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돈은 부친이 대납했다. 과세 당국은 23억원의 대납을 증여로 보고 1억 3399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는데 배우자는 불복 심판을 청구했다. 2003년 조세심판원은 이를 현금 증여가 아닌 토지 증여로 판단하고 기존 증여세를 1133만원으로 90% 이상 깎았다.
황 교수는 증여를 매매로 등기하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며 “당시 조세심판원 결정은 이상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시 조세심판원 심판관 중 한 명이 이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교육을 받을 때 사법연수원 교수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권성동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은 “참고인으로 나와 너무 단정적으로 말씀한다. 수사 기록이든 재판 기록이든 다 보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를 끝으로 국회 인사청문 특위는 21일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 뒤 보고서가 채택되면 25일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안 표결을 실시할 전망이다. 국회의 대법원장 임명 동의에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당에서는 21일 표결하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 동의안 결과와 상관 없이 이 후보자 임명 동의안의 부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자질과 의혹 자체만으로도 대법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당내 의견이 많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퇴임하기 때문에 부결될 경우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이어진다.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의 국회 부결은 1988년 한 차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