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협치와 의회정치 복원”을 강조하며 야당을 향해 노동·교육·연금 등 윤석열 정부 3대 개혁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과 혁신을 이루자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했다. 지난 4월 집권 여당 원내 사령탑에 오른 후 처음 진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다. 그는 연설에서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야당을 향한 국정운영 동참 촉구, 민생을 위한 의회정치 복원 등을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의 그늘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여전하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해있으며 우리 경제의 활력도 위태롭다”면서 “이 모든 위기의 뿌리에는 우리 정치의 혼란과 무능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폭로된 ‘뉴스타파 가짜 인터뷰’와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선 3일 전 검증하기 어려운 가짜뉴스가 확산됐는데 이 때문에 대선 결과가 뒤집어졌다면 민주주의의 붕괴이며 이런 범죄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자 국민 주권을 찬탈하려는 시도”라면서 “과거 김대업 병풍사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을 겪었지만 제대로 처벌되지 않아 이런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국회가 힘을 모아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가짜뉴스 재발 방지를 하도록 민주당도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데 협력해달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최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부동산 통계 조작 역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상상하기도 힘든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이용해 가짜 통계와 가짜 뉴스를 생산한 것이다. 통계조작은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며 국가신용에도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극렬 지지층에 기댄 팬덤정치와 이로 인한 극단적 대결 구도가 민주주의 붕괴의 기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 큰 극렬 소수가 정당의 정상적 의사결정까지 흔들면서 급기야 국회 경내에서 자해 소동이 발생하고 경찰이 흉기에 찔리는 유혈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우리 의회민주주의는 여야 가리지 않고 공멸의 길을 걷게 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어느 한 정당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회민주주의 복원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팬덤정치의 폐해를 살피고, 여야가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찾아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원끼리 욕설과 막말을 자제하고, 여야 소통을 늘려갈 것을 촉구했다.
약 5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윤 원내대표는 사회적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이 정치 본연의 임무라고 강조하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심각한 노사갈등을 풀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일부터 우리 국회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1987년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 당시 제1야당이 주도적으로 나섰던 사례를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 협약은 정부와 여당이 아닌 제1야당과 최대 노조 대표의 공동 제안으로 이뤄졌다. ‘일자리 먼저, 임금은 그다음’이라는 원칙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나갔다”며 “당연히 질 좋은 일자리가 크게 늘었고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부자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은 불법파업조장법, 민주노총 방탄법인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여 거대노조를 절대권력으로 만들려 한다”고 우려하면서 “우리 야당, 우리 노조가 이런 위대한 결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의 노동개혁에는 협력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노동개혁 과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제안했다.
윤 원내대표는 교육개혁에도 박차를 가하자면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과 돌봄을 강화하고 디지털 교육혁신을 이뤄내며 대학개혁을 완수하는 교육개혁 3대 과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루는 일에 여야가 힘을 모아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정부는 다음 달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국회가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민주당의 대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이 맹공 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정부와 여당이라고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주장이든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고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라며 “끊임없이 국민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해외까지 나가 비과학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캐나다 등 관련국과 함께 방류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해양생태계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조금이라도 약속을 어기거나 기준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즉각 방류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면서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왜곡과 선동이 아니라 여야가 협력해 일본이 약속을 잘 지키는지 꼼꼼하게 감시하면서 어민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고 지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이유로 재정을 계속 확장한 결과 국가부채비율이 50%에 달하고 국가채무는 400조원 이상 늘었다”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정준칙을 꼭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우주 개발을 향한 발걸음도 재촉해야 한다. 하루속히 한국판 NASA인 ‘우주항공청’을 설립해야 한다”며 “10년 내에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상수원 개발 및 보전, 노후 상수도 개선 등 종합적인 ‘먹는 물’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자”고 했다.
이와 함께 윤 원내대표는 ‘민생 8대 과제’로 ▷사회적 약자 지원 ▷인구 위기 극복 ▷기업과 경제의 활력 제고 ▷좋은 일자리 창출 ▷부동산 시장 안정 ▷기후 변화 대응 ▷국민 안전 ▷지방 살리기와 균형 발전 등을 꼽으며 야당의 협력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