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3745명에 달하는 제2차 동학농민운동(1894년)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예우하고, 이들의 손자의 손자까지 각종 혜택을 주는 법(동학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유공자 서훈을 다루기 때문에 법안을 문체위가 아닌 보훈부 소관인 정무위원회에서 다뤄야 한다며 퇴장했다. 보훈부는 20일 “유공 체계를 무너뜨리고 과도한 특혜를 주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이러다 임진왜란 유공자도 독립유공자로 할 거냐’는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홍익표 문체위원장은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양당이 합의해야 전체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가운데)이 체포돼 압송되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 전봉준은 1894년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뒤 체포돼 처형됐다. /이치백 전북향토문화연구회장 제공

이 법은 제2차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이 건국훈장·건국포장·대통령 표창 등 서훈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독립유공자로 등록되도록 했다.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유공자 후손들은 교육·취업·의료 분야에서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문체부 산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위원회(동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제2차 동학농민운동 참여자로 등록된 사람은 3745명, 유가족은 ‘고손자’까지 해당돼 그 수가 1만2962명에 달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유가족 수는 2005년부터 등록한 인원 전원으로, 일부는 세상을 떠나 이보다는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얼마나 예산이 들어갈지도 예측이 어렵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20일 본지에 비용 추계가 빠진 이유에 대해서 “법안에 서훈 대상자는 동학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사람 중 문체부 장관이 추천하도록 돼 있어 현재 단계에서는 보상 대상자를 추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의원 지역구는 동학운동 황토현 전적지가 있는 전북 정읍이다.

그래픽=양인성

야권은 그동안 ‘반란군 후예’를 ‘혁명군 후예’로 명예 회복시켜 준다는 취지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동학농민운동 관련 법안을 만들어 왔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동학법을 제정해 동학농민운동 참여자·유족 등록 신청을 받았다. 신청이 저조해 2006년에는 법을 개정해 유족 범위를 ‘고손자녀’까지 확대했다. 독립유공자의 경우 유족을 ‘손자녀’까지로 보는데 범위를 파격적으로 늘린 것이다. 민주당은 2013년에는 동학농민운동 참여자 후손에게 독립유공자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09년 종료됐던 동학혁명 참여자 및 후손을 등재하는 사업을 9년 만에 재개했다. 전북 정읍시는 2020년부터 동학농민운동 참여자 유족에게 매월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보훈부는 유공 체계를 무너뜨리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훈부의 서훈 내규에 따르면 ‘독립운동은 1895년 을미사변부터 시작’이지만, 동학운동은 그보다 1년 전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독립유공자 및 국가유공자의 경우 엄격한 보훈심사를 거쳐 유공자로 인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과도한 특혜를 주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했다. 특히 보훈부는 참여자·유족 명단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학위원회는 “참여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나 문헌이 없을 경우, 참여 사실과 전해지는 과정을 자세하게 기술하여 제출”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구전된 내용만으로도 참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130년 전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했는지를 선대 증언과 족보 등을 보고 심사한들 얼마나 정확할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제2차 동학농민운동 성격을 ‘독립운동’으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야권은 “전봉준 장군을 포함해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은 일제의 침략에 맞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는 “항일운동이 곧 독립운동은 아니라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동안 전봉준 등의 독립유공 신청이 반려된 이유도 이 같은 학계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