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 건강 악화로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민병덕 민주당 의원, 박 원내대표, 천준호 비서실장.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예상과 달리 가결된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명·비명계 간 막후 담판이 결렬된 결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 계파는 표결 직전까지 이 대표 체포안 부결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는 체포안 부결 조건으로 이 대표의 사퇴 또는 공천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2선 후퇴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창구가 없는 비명계는 중진 3명을 통해 이런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친명계는 “당원 직선으로 선출된 당대표를 감히 의원 몇 명이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비명계 인사들은 전했다.

본회의 표결을 몇 시간 앞둔 21일 오전, 이 대표는 녹색병원을 찾아온 박광온 전 원내대표에게 ‘통합적 당 운영을 위한 기구’를 세우겠다며 “당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알고 있으나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비명계는 표면적으로 ‘지금 우리가 공천 달라고 이러는 줄 아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과거 김은경 혁신위처럼 형식적인 기구 설치만 약속했을 뿐, 당대표 권한을 어떻게 내려놓을지, 공천권을 어떻게 나눌지 등에 대한 성의를 보이지 않자 ‘집단 가결’로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명계 박성준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의 병실 면담에 대해 “마지막에 이 대표 거취를 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오간 정확한 대화 내용은 두 사람만 알지만, 부결 조건을 둔 결정적 담판이 이 자리에서 결렬됐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쨌든 이 자리에서 제시된 통합위 구성 등 이 대표의 ‘타협안’은 비명계의 이탈을 막기에 역부족이었고, 비명계가 요구해온 사퇴나 2선 후퇴 역시 이 대표가 마지막까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요구 조건이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이 대표 측에서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내년 공천 잘할게요 정도의 반응이 온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적인 수습, 정리가 안 돼서 표결까지 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