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돌입했던 단식을 24일 만에 중단했다.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이 대표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법원 영장 실질 심사에서 구속 기로에 서게 됐다. 이 대표 구속 여부에 따라 ‘이재명 단일 대오’로 갈지, 지도 체제가 재편될지 등을 놓고 야권의 판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친명계는 “일부 비명계의 도발은 곧 정리될 것”이라고 했지만, 비명계는 “영장 심사 이후 본격적인 당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6일 법원의 영장 심사에 직접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26일 밤이나 27일 새벽쯤 결정된다.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는 영장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친명 체제가 공고화될 가능성이 크다. 친명계는 이 대표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맞서 살아 돌아왔다고 주장하며 총선을 ‘야당 탄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기조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가 이미 가결표 의원들에 대한 숙청을 예고한 만큼 공천 배제를 밀어붙이는 등 징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 친명계 의원은 “지금이야 반란표 진압을 위해 징계 등을 거론하지만, 이 대표가 통합적 당 운영을 약속한 만큼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에 손을 내밀 수 있다”고 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사실상 당대표 공백 사태에 빠지면서 내분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체포 동의안 가결 후 몸을 낮추고 있는 비명계는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전환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실제 구속되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목소리 못 냈던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우려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나와서 국민들께 그동안의 방탄 정국을 사죄하고, 앞으로 민생만 챙기겠다고 약속하면 총선에서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이 대표 ‘옥중 공천’까지 거론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이미 친명 지도부가 있기 때문에 혼란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2일 노무현재단 유튜브에서 “기 싸움에서 밀리면 진영이 무너진다. 옥중 출마도 하고, 옥중 결재도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이 대표는 비명계 몫 지명직 최고위원인 송갑석 의원이 지난 23일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이튿날 바로 수리했다. 지도부를 친명 일색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명계 당직자들의 사의를 수리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 역시 “당원들이 사퇴하라면 사퇴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26일에 있을 새 원내대표 선거에는 우원식·김민석·남인순·홍익표 의원 등 4인이 후보로 등록했다. 모두 “이재명으로 똘똘 뭉친다”며 친명을 표방하고 있다. 누가 되든 새 지도부는 친명 일색으로 꾸려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