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허구연 총재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KBO 총재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다음 달 10~26일 문체부와 산하기관 등에 대한 감사에 부를 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의결했다. 문화·체육계 관계자 총 32명이 채택된 가운데, 허 총재는 24일 질의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허 총재를 증인으로 신청한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과 유정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허 총재에게 프로야구 인공지능(AI) 심판 등과 관련된 질의를 할 예정이다. 유 의원은 프로야구 자유계약(FA) 문제 등에 대해 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 측은 “AI 심판의 점진적 도입과 관련해서 의견을 청취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프로야구에서 오심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 AI 심판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유 의원 측은 “FA 계약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점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 3월 KIA 타이거즈 단장이 FA 협상 과정에서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일이 있었는데, 허 총재를 국회로 불러 이와 관련한 사실 관계 등을 묻겠다는 것이다.
허 총재가 국정감사 증인대에 서는 것에 대해 야구계에선 우려도 나온다. 총재가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아픈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구본능 총재는 2017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구 총재와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였다. 손 의원은 KBO 사무총장의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구 총재를 향해 “사무총장과 동반 사퇴하라”고 했고, 이에 구 총재는 “깨끗이 그만두겠다”며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2018년에는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정운찬 총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야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실업팀 선수들을 상대로 졸전을 거듭한 탓에 ‘병역 면제 대표팀’이란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손혜원 의원은 이에 더해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청탁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총재는 이와 관련해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 과정에서 나온 여러 비판 여론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선동열 감독에게 그 점을 미리 알리고 선발 과정에서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선 감독이 TV로 야구를 보고 선수를 뽑은 건 불찰” 등 발언도 했다. 이는 선 감독에게 책임을 돌린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선 감독은 3주 뒤 사퇴했고, 이는 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 폐지로 이어졌다. 야구 대표팀은 그 뒤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부진하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경기가 끝난 직후에 열리는 만큼, 그와 관련한 질의가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그렇지만 한국 야구가 사회적 물의를 빚어 총재가 국회로 불려 나왔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들도 앞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헌 의원 측과 유정주 의원 측 모두 본지에 “이번 출석 요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성적 등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