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6일)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이 4일 ‘부결’을 요청하는 편지를 돌렸다. 민주당 안에서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연일 언론 인터뷰에서 부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노태우 정부 이후 35년 만의 대법원장 후보자 부결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박용진 의원 등 7인은 이날 편지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간곡하고도 단호히 부결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들은 “대법원장은 그 어느 자리보다 높은 도덕성과 준법의식, 책임성과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며 “불운하게도 이균용 후보자는 그런 후보자가 아니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부결을 요청하는 이유로, 이 후보자의 장남·장녀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의혹과 장녀에 대한 불법증여가 의심된다고 했다. 또 이 후보자 처가가 운용하는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면서 10년간 3억원 넘는 돈을 배당받았지만 재산신고를 그동안 누락해왔다고 했다.
이들은 이 후보자가 ‘대한민국 건국연도는 1948년이라 대답’했다며 뉴라이트 역사관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성범죄 재판에서 감형 판결한 적이 있다며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가 김앤장 등 대형로펌 변호사가 다수 속했던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이어서 사법카르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부결시켜도 사법부 수장 공백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사법부 수장에 준비된 사람이 필요한데 전혀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왔다”며 “제대로 된 인사검증조차 실종되었던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내의 부결 주장에 대해 민생을 외면하고 대법원장 장기 공백 사태로 정치적 이익만 좇는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뜬금없는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더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 대표 말은 정반대로 해석해야 옳다”며 “헌정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장기 공백이 민주당이 말하는 민생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뚜렷한 결격 사유도 찾지 못했으면서 무조건 부결하자고만 한다”며 “민주당이 결격 사유라며 제시한 민사판례연구회 회원 문제만 해도, 법원 안에서는 민사판례연구회가 엘리트 법관 모임으로 통한다. 억지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부결로 분위기를 몰아가도 당내에서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결이 사실상 당론인 것 같지만 지금 민주당이 한 집안 두 지붕 아니냐”며 “수박당과 비수박당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에도 주목되는 게 반란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