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반(反)이재명’ 성향이 있는지를 따지는 ‘수박 당도 감별’ 웹사이트가 등장한 가운데, 친명계 정성호 의원이 이에 대해 “도를 지나친 표현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수박 감별’은 ‘진박 감별사’가 등장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처럼 민주당의 총선 패배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허모 전 한겨레신문 기자는 ‘수박아웃’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만들었다. ‘수박’은 이 대표 열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내 비명계를 비하적으로 이르는 말로,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의미다. 수박아웃 사이트는 친명계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의원, 체포·구속 위기에 놓였던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의원, 친명계에 불리한 민주당 대의원제의 실질적 폐지에 반대했던 의원 등을 임의로 특정해, 이들을 0~5의 ‘당도’에 따라 분류했다. 당도가 높을수록 수박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의원은 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자신이 이 사이트에서 당도가 0이 아니라 1로 분류됐다고 소개했다. 정 의원은 “제가 검사 탄핵에 동의 안 했다고 (당도 1이 됐다)”며 “(라디오 출연하러) 오기 전에 ‘왜 탄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항의 문자도 받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도를 지나친 표현에 대해서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자제를 당부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 가야 선거에 이기지, 나누고 배제하고 분열하고 편 가르기 해서는 선거에 이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박아웃 사이트가 분류한 수박) 명단을 봤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도 있다”며, ‘수박’으로 분류된 의원들에게 “일부 강성 당원들이 그렇게 하더라도 너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을 강하게 지지하고 사랑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니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거기에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비명계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누리당을 패배의 길로, 박근혜 정권을 폭망의 길로 이끌었던 시초가 ‘진박 감별사’”라며, “수박 감별사 사태가 우리 민주당 안에서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수박의 당도 측정이 지금은 우스갯소리처럼 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에서도) 진박 감별사는 어떻게 보면 농담 비슷하게 시작된 이야기였다. 그런데 국민들이 볼 때는 엄청 불쾌한 얘기였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정당, 이견이 존중받는 정당, 민주 정당으로 국민들 곁에 남아야지, 하나의 의견만 있고 이견은 무시되는, 쫓아내야 되는 대상처럼 되는 정당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이재명 대표 체제가 그 길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