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이 김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권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자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후 김 후보자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회의에 돌아오지 않았다./ 국회방송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시종일관 난장판이었다. 김 후보자는 5일 밤 10시 45분쯤 청문회 진행 도중 나가버렸다. 여야의 갑론을박 속에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후보에게 “나갑시다”라고 하자 함께 일어나 떠난 것이다. 김 후보자가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정리하며 나가려 할 때, 야당 의원들이 몰려와 “못 나간다” “어딜 도망가느냐”고 막아서면서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김행랑(김행+줄행랑) 사태”라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 퇴장한 사례는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김 후보자가 최초”라고 했다. 그간 청문회에서 소수당이 다수당 독주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박차고 나가는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그간 본인이 공동 창업한 회사 주식을 시누이에게 매각한 뒤 다시 사들였다는 주식 파킹(parking·맡김) 의혹 등에 대해 “청문회에서 다 밝히겠다”고 했었다. 2013년 청와대 대변인을 맡게 되면서 해당 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은 채 시누이에게 판 이유를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잠재울 만한 새로운 근거나 자료 원본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야당의 추궁이 거세지자 그는 자신이 임의로 정리한 상황판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야당은 “요구했던 자료를 제출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피켓으로 보여주겠다고 한다”며 “얼마나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냐”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주가 조작 논란이 있는 한 회사에서 상임고문으로 근무했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자리는 있지도 않았다”고 했다가 관련 자료가 나오자 “제 착각”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야당으로부터 코인 수익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저는 코인쟁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이날 밤엔 ‘김행 대표’ 이름으로 코인을 받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대표이사 김행과 개인 김행은 다르다”고 했다. 회사와 관련된 코인 거래는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련 주식 지분을 딸이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그럼 고발하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자신 있으면 고발하라” “근거를 제출하라”라며 수차례 맞받아치기도 했다. 한 여권 인사는 “본인 의혹 소명조차 제대로 안 하면서 감정적으로 버럭 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졌겠냐”고 했다.

후보자도 與도 없는 청문회 -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김 후보자와 여당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 /이덕훈 기자

5일 청문회 파행으로 민주당은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 일정을 연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와 여당은 6일에도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여당과 합의 없이 청문회 일정을 연장한 것은 편파적 의회 폭거”라며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 일방 퇴장에 대해 여당에서조차 “공직 후보자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어야 했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 후보자가 돌아왔어야 한다”고 했다. 권인숙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모든 걸 설명하겠다던 후보자가 드라마틱하게 청문회를 엑시트(exit·탈출)했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장관에 지명된 뒤 여가부 폐지와 관련,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확고한 탓에 김 후보자가 초유의 청문회 중도 퇴장을 감행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문체위는 전날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보고서에는 유 후보자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반영해 적격·부적격 의견이 병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