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갑 3선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해운대갑은 2020년 총선 당시 하 의원이 부산에서 가장 큰 표 차(22%포인트)로 승리했던 지역이다. 하 의원은 지난 7일 “내년 총선에서 제 고향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도전하겠다”며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우리 당은 두 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당 지도부나 영남권 중진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 의원은 8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선 내년 총선에서 120석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국민들께 우리에게도 혁신과 변화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 의원은 서울 강남과 영남권 텃밭에만 지원자가 몰리는 데 대해선 “국회의원을 포함해 현 정부에서 혜택을 받은 분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더 헌신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출마를 택한 이유는.
“재선 때부터 고민했었다. 3선을 하고 나면 서울, 수도권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두 가지 이유다. 지역구 일을 12년째 하면 애초 지역에 출마하면서 이루려는 것을 어느 정도 해낼 수가 있다고 본다. 또 당에서 3번 정도 기회를 줬다면 다음엔 당을 위해서 봉사와 헌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3번 넘게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었고, 그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다. 너무 일찍 밝히면 지역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고, 국감이 지나면 본격적 선거판이 되는 만큼 국감 전에 발표하게 됐다.”
-부산 의원이 서울에 출마하는 게 혁신인가.
“내년 총선의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우리 당은 영남당이 아니라 서울당, 전국 정당이 돼야 한다. 그게 혁신의 핵심이자 목표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되려면 이제 좀 더 중도층 쪽으로 가야 한다. 저도 거기에 돌 하나 올려 보탬이 되고 싶다. 혹자는 (부산에서) 공천이 안 되니까 서울 출마로 선수 친 것 아니냐는데, 그런 생각이었다면 더 일찍 서울에서 활동했을 것이다.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생각이고, 저 같은 ‘몸짓’이 더 나와줬으면 하는 게 당 지도부 바람인 것 같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보나.
“지금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면 120석도 어렵다. 수도권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에 비례해서 나온다. 2020년 총선과 비교해서도 더 안 좋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 쪽으로는 굉장히 성과를 거뒀는데 내치 쪽으로는 잘하는 부분도 국민들로부터 점수를 많이 따지 못했다. 민생에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이념이나 홍범도 장군 같은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민 보시기에 민생을 소홀히 한 정부가 아니냐는 이미지가 강해져 있다.”
-정부, 여당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게 1번 과제다. 정부도, 우리 당도 민생 대책을 많이 내놔야 한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물가 상승 요인이 남아 있어 국민이 체감하는 고통이 생각보다 크다. 당 지도부도 이념 이슈보다는 민생 관련 큰 정책들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붙잡고, 중도층, 청년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 인물을 더 내놓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외교를 굉장히 잘했고, 대한민국의 입지를 키웠다. 이젠 국민이 어려운 곳을 찾아 관련 정책을 더 내놓으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국정 기조의 변화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당 내에서 불출마나 인적 쇄신, 적지 출마론 같은 목소리가 없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그런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당 의원 중에도 우리 당에 헌신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 다만 일률적으로 영남권 다선 의원들이 서울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없는 사람을 민주당 지역구에 가미카제식으로 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같은 지역에서라도 자기가 튼튼히 닦아 놓은 지역구를 정치 신인에게 물려주고 민주당 의원들이 있는 곳에서 출마할 수도 있다고 본다.”
-대통령실 출신 등 정권 핵심이 서울 강남, 영남권 등 ‘쉬운 지역’에만 몰린다는 지적도 있다.
“현 정부의 혜택을 받은 분들, 어떤 자리를 받은 분들이 좀 더 헌신할 것이라고 믿는다.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총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어려운 곳에 출마해 더 헌신해야 한다. 개인보다는 당이 잘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달라.”
-수도권 승리를 위해 영남과 강원 위주로 채워진 여당 지도부가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 지도부가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수도권 승리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그럴 필요가 없게 지도부가 잘해주는 게 제일 좋다.”
-당내 통합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다.
“대선 이후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 여러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를 위해선 당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놔야 한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출마 이야기도 나온다.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서울 지역 출마를 발표한 것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민주당에서 한 석을 가져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