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잔뜩 몸을 낮추면서도 총리 해임 등을 요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2일 당 회의에서 “선거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의원들과 함께 당의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에너지를 정부·여당의 실정과 독선을 바로잡는 데 좀 더 집중하면 당의 화합과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표도 보선 승리가 확실시되자 11일 밤에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나가겠다”고 했다. 강성 친명계가 징계를 주장해온 ‘비명 5적’ 등을 색출·징계하기보다는 일단 안고 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보선 압승으로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심은 윤석열 정부에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총리 해임, 법무부 장관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국정 기조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대통령실의 대응을 살피며 공세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내부적으로 “10월 한 달 동안은 한동훈 탄핵을 거론조차 말라”며 의원들 단속에도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강성 의원들은 이날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당원들은 더 가열찬 혁신을 원하고 국회의원은 허울 좋은 통합을 원한다”고 했다. 친명계 원외 인사인 박진영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제 선혈이 낭자한 내부 혁신의 시간”이라고 했다. 가결파에 대한 조치를 주장한 것이다. 일부 강성 의원은 ‘윤 정부는 심리적 탄핵 상태’ ‘한동훈 탄핵’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보선 승리가 민주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압승했지만, 6개월 뒤 치러진 총선에서는 1당 자리를 새누리당에 내줬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승리에 도취돼 이대로 총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국민의)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