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야(親野)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 16일 친이낙연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중원)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지역은 친명계인 현근택 변호사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윤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대표적인 ‘비명계 사냥 지역구’다. 여기서 현 변호사 지지율이 윤 의원보다 높게 나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김씨가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당내에선 “김씨가 내년 총선에 본격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꽃’이 이날 공개한 성남중원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현 변호사가 14.6%로, 이 지역 현역인 윤 의원(12.2%)보다 2.4%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11~12일 성남중원 거주 성인 남녀 515명을 대상).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윤 의원은 17.4%, 현 변호사는 30%가 나왔다.
김씨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 같은 결과를 나열하며 “민주당 지지층 결과를 봐야 하는 이유는 이 지역이 야권 우세라 경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튜브에 함께 출연한 정봉주 전 의원은 “윤 의원의 경우 비명도 아니고 대표적인 반명”이라며 “윤 의원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 내 비호감이 높다, 반감이 있다”고 했다. 대놓고 윤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여론조사꽃은 지난달엔 대표적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 지역구(대전 유성을)에서 여론조사를 돌려, 가상 경선에서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이경 상근 부대변인이 이 의원에 앞선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김씨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친명계 후보 지원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비명계 지역구 사냥에 나선 친명계 인사들을 측면에서 밀어주면서 사실상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 파워가 강하게 작용하는 경선에서는 김씨 입김에 결과가 얼마든지 좌지우지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실상 김어준 공천”이라고 했다.
현재 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구독자는 137만명에 달한다. 실제 김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온라인에 ‘민주당 지지층, 현근택 30%·윤영찬 17.4% 지지’ ‘국민의힘 지지층, 윤영찬 8.6%·현근택 0.6% 지지’라 적힌 포스터를 올렸다. 윤 의원이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게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